다른 은행들은 모두 「버린 자식」 취급하는 신종적립신탁이 국민은행에서만 기이할 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이달 들어 보름간 국민은행의 이 상품 수탁액은 600억원 이상 늘어났다. 펀드 규모는 총 6조2,600억원. 단일상품으로는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 2월에도 외형이 950억원 늘어났다. 다른 시중은행은 올들어 적게는 400~500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씩 이 상품의 수탁액이 줄었다.
국민은행의 신종적립신탁이 잘 팔리는 이유는 당연히 배당을 많이 주기 때문. 지난 2월 평균 배당률이 9.66%에 달한다. 다른 은행들은 대개가 8%대 중반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일부 은행들은 국민은행의 신종적립신탁 배당률에 대해 다소 의혹의 눈초리까지 보내고 있을 정도. 운용수수료(신탁보수) 2%를 떼고 9.6%대의 배당률을 지급하려면 운용수익률이 11.6%에 달해야 하는데 최근의 실세금리 동향을 보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탓이다.
그러나 경쟁 은행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국민은행측은 『트집잡을 게 있으면 잡아보라』며 아예 운용내역을 공개하고 나섰다.
국민은행의 신종적립신탁에 맡겨진 고객들의 재산은 지난 15일 현재 회사채에 2조5,530억원, 국공채에 1조8,959억원 등 중장기 채권에 가장 많이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타행이 발행한 개발신탁 수익증권이 5,484억원어치 들어가 있고 투신사 수익증권 3,317억원, 기업어음(CP) 2,700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와 정기예금 1,907억원 등이 운용자산 목록에 포함돼 있다. 나머지는 초단기물인 콜론과 은행계정대 등이다.
운용자산 내역이 큰 차이가 없는데도 배당률이 1%포인트 이상 높은 것은 2년여 전부터 집중 매입해 아직까지 보유하고 있는 고금리 채권이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개발신탁 수익증권은 평균 수익률이 15%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측은 신종적립신탁이 하반기부터 신규수탁이 중단되는 상품이지만 금리경쟁력이 유지되는 한 고객들이 만기를 연장할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요즘도 영업점에서 고객들에게 이 상품을 권하고 있다. 「추가형」 등 신상품에만 전력투구하고 있는 다른 은행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전략을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3/17 1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