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당국 직무유기가 원인인데… 여론 무마하려 밥줄 끊어놔"

■ 설 앞두고 보내온 텔레마케터의 눈물 젖은 편지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 불법영업 하는 것처럼

마녀사냥식 내몰아쳐

당장 일거리·월급 줄어 눈앞이 캄캄해요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한국아이닷컴 자료사진

"정직하게 일하는 텔레마케터(TM)들마저 여론무마용으로 불법영업을 하는 것처럼 정부가 마녀사냥을 하고 있습니다. 명절을 며칠 앞둔 한겨울에 월급이 전부인 사람들의 밥줄을 순식간에 끊어버렸어요."

한 보험사 텔레마케터로 일하는 이은영씨는 설을 맞았지만 누구보다 춥다. 금융당국이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 이후 3월까지 금융사 텔레마케팅을 전면 중단시킨 탓이다.


당장 일거리와 급여가 줄게 돼 눈앞이 캄캄하다. 영업정지가 연말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뉴스라도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런 이씨가 29일 서울경제신문에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다. 그는 애꿎은 텔레마케터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면서 사전에 이런 일을 막지 못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직무유기가 이번 사태의 진짜 원인이라고 질타했다.


이씨는 이번 일로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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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판매하는 상품이 고객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정직하게 판매하려고 했고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힘없고 만만한 텔레마케터들이 마녀사냥을 당하는 상황을 보면 제가 하는 일 자체에 회의가 들어요."

앞으로의 삶은 더 막막하다. 텔레마케터들은 한달에 150만~200만원 정도를 번다. 이씨는 "정부가 영업정지를 오는 3월 말로 못박아 잘못도 없으면서 두달간 일을 못하게 됐다"며 "특수직 종사자라 일반근로자가 누리는 혜택도 제대로 못 받고 4대 보험도 안 돼 실업급여는 꿈도 못 꾸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왜 텔레마케터들이 희생양이 돼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했다. 3만명이 넘는 텔레마케터들이 왜 한순간에 일거리를 빼앗겨야 하는지 말이다.

"저도 보험사 텔레마케터지만 다른 곳에서 전화를 받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진작 영업정지를 시켜야 할 곳은 인사도 없이 대뜸 필요한 돈 없냐고 묻고는 "없다"고 하면 인사도 없이 뚝 끊어버리는 불법 대부업체 같은 곳 아닌가요."

그러면서 금융당국에 대한 원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보유출 사태 이후에 나온 여러 조치는 이전에도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왜 이제야 하는 건가요. 금융위와 금감원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런 큰일이 벌어진 것 아닙니까. 불법영업을 하는 업체를 방치한 것도 정부고요. 이 모든 일을 사전에 막았어야 할 금감원과 금감원에 대한 지도와 감독을 소홀히 한 금융위의 직무유기가 이번 사태의 원인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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