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명실상부한 국민주권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민주주의 진전에 맞춰 우리 경제도 변화하고 있다. 정경유착과 불공정거래, 독점의 횡포를 근절하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로지 실력으로 경쟁하는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반칙과 특권은 설 땅이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 애국선열에 대한 존경만큼이나 얼굴을 들 수 없는 부끄러움이 남아있다. 지금도 친일의 잔재가 청산되지 못했고, 역사의 진실마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 부끄러운 일은 역사의 바른 길을 걸어 온 독립투사와 후손들은 광복 후에도 가난과 소외에 시달리고, 친일했던 사람들이 사회 지도층으로행세하면서 애국지사와 후손들을 박해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올바른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서이다. 역사는 미래를 창조하는 뿌리이다. 분열과 갈등을 걱정하는 분들도 있다. 왜 진실을 밝히는 일에 의견이 갈리고대립이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밝힐 것은 밝히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길이다.
반민족 친일 행위만이 진상규명의 대상은 아니다. 과거 국가권력이 저지른 인권침해와 불법행위도 그 대상이 돼야 한다. 지난 역사에서 쟁점이 됐던 사안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국회 내에 만들 것을 제의한다. 국회가 올바른 진상 규명이라는 원칙에만 동의한다면 구체적인 방법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충분히 합의해낼 수 있을 것이다. 고백해야 할 일이 있으면 국가기관이 먼저 용기 있게 밝히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국가기관이 스스로 부끄러운 과거를 들춰내는 것은 힘든 일이나 더 큰 신뢰를 쌓고 올바른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도 더 이상 진실을 묻어둬서는 안된다.
내년에는 역사를 바로 잡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광복 예순 돌을 기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분열과 반목도 굴절된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친일과 항일, 좌우 대립, 독재와 민주세력간에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대결의 시대가 오랫동안 계속됐다. 특히 독재정권이 정략적인 목적으로 지역을 가르고 차별과 배제를 되풀이하면서 갈등과 불신이 더욱 깊어졌다. 이제 이 분열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정책이 아니라 지역으로 갈려 감정적인 대립만 일삼는 지역구도 정치도 이제 끝낼 때가 됐다. 지역구도를 극복할 수 있는 선거구제 개편에 관한 정치권의 큰 결단을 다시 한번 호소한다. 수도권과 지방간의 불균형도 더 이상 놔둬서는 안된다. 신행정수도 건설과 국토균형발전을 통해서 수도권은 한 차원 높은 질적 발전을 이루고, 지방도 각기 특성 있게 발전해나가야 한다.
선열들께 면목이 없는 또 하나의 현실은 바로 남북 분단이다. 당장 통일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나,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전쟁의 위험을 없애고 남북 교류와협력을 확대하는 일은 한시도 멈출 수 없다. 참여정부는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하나하나 착실히 실천해가고 있다. 올해 말 시범 가동 되는 개성공단 건설이 2012년 마무리되면 여의도 면적의 열배나 되는 남북 공동번영의 터전이 마련된다. 올 가을에는 경의선이 연결되고 도로도 개통된다. 이렇게 펼쳐질 밝은 미래를 위해서도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 우리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북한의 개혁.개방을 지원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있음을 이미 밝혔다.
이제 북한 당국이 결단을 내려야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지금 우리는 스스로의 미래에 관해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미래는 밝게 보고 일본의 현재도 높이 평가하면서 정작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당장 피부로 느끼는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걱정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나친 비관과 불안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초부터 지속해온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 민생회복노력도 머지않아 효과를 나타내게 될 것이다.
안보에 대한 인식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는 우리의 역사와 영토를지킬만한 충분한 힘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자주국방을 얘기하면 마치 한미동맹을해치는 것처럼 불안해한다. 자주국방은 한미동맹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다. 한미 우호관계를 보다 굳건히 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자주국방은 착실히 추진돼야 한다. 미국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목소리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한 책임과 장애가 모두 미국에게 있다는외세결정론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든 것이 우리하기에 달려 있다. 오늘 우리의 꿈과 의지가 바로 내일의 역사를만든다. 우리가 가는 길은 분명하다.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이다. 의지를 갖고일관된 노력을 펼캅4摸?우리는 이 지역에 협력과 통합의 새 질서를 만드는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힘과 지혜를 모으자. 그 통합된 힘으로 우리 운명을 자주적으로 개척해 나가자. 국민 모두가 우리 역사의 당당한 주인이 되자.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