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동십자각] 대통령의 운전솜씨

요즘 전직 대통령들을 운전면허에 빗댄 농담이 나돌고 있다. 이승만씨는 국제면허, 박정희씨는 모범운전, 최규하씨는 대리운전, 전두환씨는 난폭운전, 노태우씨는 초보운전이었고 김영삼씨는 무면허운전이라는 것이다.초보운전이든 무면허운전이든 운전대를 잡고 있는 동안은 목표지점에 안전하게 도착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게 당연한 일이다. 다만 운전솜씨가 부족하거나 운전하는 사람의 성격이 급해서, 또는 다른 차가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와서 사고가 날 수도 있을 뿐. 대통령직을 맡으면서 멋들어지게, 정말로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위해 제대로 국가를 운영해 봐야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어떤 과정을 통해 대통령이 되었든지간에 역사에 남는, 후손들에게 칭송받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을 해보지 않은 대통령이 있겠는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기간에도 어느 누구보다 나라 걱정을 많이 하고 어떻게 하면 나라를 발전시킬 것인가 잠을 설치며 고민했을 것이다. 단지 자질탓에, 성격때문에, 또는 다른 사람을 믿지못해서 등등의 이유로 독단에 빠지거나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국기가 흔들리고 나라가 도탄에 빠졌을 뿐 그들은 진정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 전임 대통령들은 억울할 것이다. 정말로 열심히 했다고 자부하는데 물러난 후에 결과를 놓고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데 대해 불만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고를 낸 초보운전사 또는 무면허운전사가 한눈 팔지않고 열심히 운전했다고 변명한다고 해서 사고의 책임을 면할 수 있을까. 누구보다 「준비된 대통령」이었다고 평가받는 김대중대통령의 운전솜씨는 어떨까. 金대통령의 식견과 국정운영에 대한 정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같다. 그러나 金대통령 혼자만 밤잠 설쳐가며 고민하고 있을 뿐 국가운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국민연금과 관련, 『선정중에 선정인데 홍보가 제대로 안돼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金대통령의 발언을 보자. 실제 소득과 신고 소득이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현행 세정체제에서 비롯된 미흡한 준비상태가 문제이지 국민연금의 도입 취지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게 아닌데도 이같은 상황이 대통령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발언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또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만 일이 돌아가기 시작하는 사례도 적지않다. 이 때문에 金대통령의 운전면허는 「장롱면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면허를 취득한지 20년이 넘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운전대를 한번도 잡아보지 못하고 장롱속에 넣어둔 면허라는 것이다. 사족:대통령의 운전면허 농담은 아무래도 유신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이나 경제제일주의자가 만들어낸 것같다. 朴대통령을 모범운전으로 평가하다니…. 그런데 요즘 金대통령도 이 대열에 가담해 朴대통령 기념관을 만들겠단다. 李世正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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