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회갈등과 소득2만달러

요즘 우리 경제와 사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현기증이 날 만큼 양 극단의 논리가 경제와 사회전체의 큰 방향을 주도하고 있다. 경제를 보면 신용불량자가 300만 명을 돌파한 반면, 해외여행객 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급등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계속되고 있는 기업과 노동자의 갈등이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으며, 광복절 시청앞 집회와 북한의 대구 유니버시아드 참가에서 보듯, 진보와 보수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실정이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양극화 현상을 사회적 다양성의 또 하나의 표출이라는 점에서 일견 긍정적인 부문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세대 또는 계층간에 사회적 현상에 대한 의견이 항상 동일할 수는 없는 것이며,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예의라는 점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갈등 심화는 긍정보다는 우려의 시각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갈등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향후 한국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타인에게 강제하려는 의도가 사회적인 합의과정을 통해 해결되는 사회적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회적 합의라는 전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여타 부분에서도 점차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화물연대 등 올해 들어 거듭 나타난 노사간의 갈등을 예로 들어보자. 참여정부 초기 노사분규에서 일부 친노동정책이 제시된 이후 노사분규가 급증했다. 이는 기존의 사회적 합의에 대해 구성원들이 그리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개별 이익집단의 이익극대화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금융자산의 투자라는 측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개인가계의 금융자산에서 주식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ㆍ4분기 기준으로 6%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일본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식시장이 한 나라 경제의 모든 정보가 통합되는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체 투자자산에서 주식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 나라 경제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신뢰도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주요한 시장에 우리 개인 가계가 6%만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주체들이 한국경제와 사회의 미래를 불확실한 것으로 보고있다는 것을 반증하거나, 전반적인 경제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참여정부는 향후 개인소득 2만 달러 달성을 경제정책의 주요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올해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1만 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와 같은 목표는 양적인 경제팽창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본ㆍ노동ㆍ정부당국의 효율적인 활동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며, 경제요소의 효율적 활용은 사회적인 합의를 그 전제로 삼는다. 경제요소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정부는 우리 경제와 사회의 불확실성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불확실성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회 구성원 사이의 합의에 대한 가치 인정이며, 결국 개별 이익집단의 행동의 제한이나 이익의 절충으로 구체화된다. 사회구성원들이 각자의 사회ㆍ경제적 제약 아래에서 최선의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원칙을 수립해야지, 그 제약 자체를 허물고자 하는 무원칙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박중진(동양종금증권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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