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10월 29일] 투자 장벽 높이는 英 캐머런 정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5일 영국 산업연맹과 간담회를 하면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보다 건설적인 방안들을 제안했으면 어땠을까. 법인세를 감면하고 소득세율을 낮추는 것으로 말이다. 올해 초 노동당정부는 최고소득세율을 40%에서 50%로 상향 조정했다. 그리고 현 집권연정을 이끄는 캐머런 총리는 재정적자가 해소될 때까지 이러한 방침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법인세율을 20%에서 28%로 올렸다. 영국정부는 이러한 세금 인상으로 일년에 7억 5,000만파운드 규모의 재정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법인세 증가를 추진했던 정부는 되레 손실을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영국정부는 그동안 끌어 모은 세금으로 '녹색 투자은행'에 10억파운드를 지원했고 신 동력산업에 종잣돈을 대준다는 명목으로 검증되지 않은 벤처캐피털 회사에 수백만 파운드를 쏟아부었다. 캐머런 총리는 전 정권과 다른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하지만 전 정권과의 차별화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사실 이날에도 투자환경 조성보다는 교육, 공공일자리, 풍력발전소 건설 등 정부 지출을 알리는 데 더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캐머런 총리는 법인세를 현 28%에서 24%로 삭감할 것을 약속했다. 이는 긍정적인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금인상의 여파는 즉각 관찰되는 반면 세금삭감의 효과는 매우 천천히 나타나는 법. 애초에 세금인상을 단행하지 않았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캐머런 정부는 또 평생소득공제 적용 기업가 대상 범위를 재산 규모 200만파운드 이하에서 500만파운드 이하로 확대했다. 그러나 이는 기업가들이나 환영할 조치일 뿐 그들에게 자금을 대준 투자자들을 외면하는 처사다. 창업자들이나 투자자들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던 그의 발언에 비춰봤을 때 이상한 선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캐머런 총리는 투자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추진하고 있는 세금인상을 비롯한 여러 정책들을 보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을 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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