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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도소년’ 조현식-박정민, 우리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중

연극 ‘유도소년’ 중 ‘태구’역의 조현식(왼쪽)과 ‘요셉’ 역의 박정민(오른쪽)을 지난 5일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사진 = 이유석 기자

연극 ‘유도소년’ 중 ‘태구’역의 조현식과 ‘요셉’ 역의 박정민을 지난 5일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사진 = 이유석 기자

연극 ‘유도소년’ 중 ‘태구’역의 조현식(왼쪽)과 ‘요셉’ 역의 박정민(오른쪽)을 지난 5일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사진 = 이유석 기자

연극 ‘유도소년’ 중 ‘요셉’ 역의 배우 박정민을 지난 5일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사진 = 이유석 기자

연극 ‘유도소년’ 중 ‘태구’역의 배우 조현식을 지난 5일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사진 = 이유석 기자

예매표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관객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핫’한 대학로 연극 한편이 있다. 바로 연일 매진 행렬이 이어가고 있는 ‘유도소년’이다. 초연 창작극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큰 사랑에 힘입어 최근 2주 연장 공연을 결정했다고 하니 대단한 인기를 실감케 한다.

연극 ‘유도소년’은 극단 ‘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10주년 기념 퍼레이드 3번째 작품이다. 박경찬 작가의 실제 학창시절 이야기를 바탕으로 , 이재준 연출과 박경찬 작가가 유도 국가대표 유망주 경찬의 전국체전 도전기와 풋풋한 사랑을 명랑쾌활 액션극으로 담아냈다.


유도·배드민턴·권투 등 다양한 액션을 통한 빠른 전개, 추억의 가요 메들리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지만, 개성 강한 막강 캐릭터는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지는 요소이자, 관객들이 유도 소년을 더욱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그 안에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명품 콤비이자 극중 톡톡한 감초 역할을 하는 ‘태구’와 ‘요셉’이가 있다. 슬럼프에 빠진 경찬에게 전국체전에서 우승해야만 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 경찬의 든든한 지원군인 두 유도부 후배는 엉뚱하고도 순진한 매력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삶의 낙인 ‘태구’와 저 먼 미국땅에서 전라도로 전학온 해외파 허당 ‘요셉’이는 때론 ‘톰과 제리’ 같은 앙숙으로 때론 둘도 없는 단짝으로 사고를 치고 수습하길 반복하는 사고뭉치들이다. 지난 5일 대학로 한 카페에서 ‘태구’ 역의 배우 조현식과 ‘요셉’역의 배우 박정민을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이 진행됐다. 배우 조현식은 유도 연습 중에 귀를 많이 쓸려 ‘만두귀’라고 불리는 귀에 고름이 차는 아픔을 겪고 있었고, 배우 박정민은 공연 중 손가락을 다쳐 중지와 약지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두 배우 모두 부상을 안고 있었지만 사진기자의 요구에 맞춰 때로는 장난스럽게, 때로는 진지하게 포즈를 취했다.

▲ ‘유도소년’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운데요. 인기를 예상하셨나요?

조현식(이하 조) : “이렇게 잘 될 줄은 그 누구도 몰랐습니다. 사실 잘될 거라고 느낄 겨를도 없었어요. 유도 연습을 하면서 아픈 감, 힘든 감은 있었지만 잘될 거라고 생각할 틈이 없었거든요. 그저 즐겁게 유도하면서 다치지 말자고 생각할 뿐이었어요. 공연이 잘되고 못 되고에 대한 두려움이나 생각을 느낄 겨를이 없었죠.”

박정민(이하 박) : “연습하면서 저희끼리만 재밌었지, 이렇게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어요. 공연이 올라간 뒤에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힐링이 된다고 말씀해주시니까 정말 기분이 좋았죠.”

▲이번 작품을 통해 두분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많아졌는데, 이를 실감하세요?

조 : “솔직히 말하자!”

박 : “(웃음) ‘올모스트 메인’에서 기획적인 면에서 잘 하신 게…한국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죠?(웃음) 연출님께서 잘 하셨다고 생각한 게 ‘게스트 시스템’이에요. 게스트 덕에 관객들도 찾아오고 ‘간다’도 알리고, ‘간다’ 소속 배우들도 알릴 수 있게 됐어요. 유도소년 올라갈 때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요셉이와 태구가 감초 역할이라 많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관심이 커진 것을) 실제로 느낄 때는 공연 끝나고도 공연장 앞에서 기다리는 분들이 계실 때예요. SNS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특정 배우가 아니라 ‘간다’라는 극단 자체, ‘유도소년’이라는 극 자체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조 : “굉장히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SNS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해요. (웃음) 어렵더라고요. 정민이는 SNS를 정말 잘해요. 마치 선생님의 마음으로 항상 정성스럽게 관객들의 마음을 돌보죠. 예전에는 트위터에 제 이름이 올라온 적이 없었는데,‘ 유도소년’을 하고 나서 트위터에 제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하고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제가 정민이를 통해서 그 소식을 들어요 하하하. 악어와 악어새죠.(웃음) ‘악어님, 이런이런 이야기가 올라왔어요’하고 육성으로 물어다 줘요. 이 공연을 하면서 ‘태구’라는 캐릭터를 많이 사랑해주시는구나 느끼고 있어요.”

▲ 태구와 요셉이는 엉뚱하고 허당인 행동으로 코치님과 선배로부터 기합을 참 많이 받는데요. 두 분의 학창시절은 어땠나요?

박 : “중학생 때 미국으로 갔어요.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라서 영어를 배우는 데 집중했죠. 고등학생 때는 ESL이 아닌 정상반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중학교 과정을 1년 정도 공부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중학교를 졸업할 때 가장 성적이 많이 올라간 학생에게 주는 대통령상을 받았어요. 거의 전과목 올 에이를 맞도록 열심히 공부를 했었거든요. 제가 잘 해서라기 보다는 공부 외에는 달리 할 게 없었어요. 또 영어를 빨리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처음엔 학교에서 영어를 못 알아들으니까 집에 오면 제가 힘없이 푹 쳐져 있었대요. 저도 기억나요. 학교 다녀오면 두세시 정도인데 스트레스 때문에 여섯시까지 자는 거예요. 그러면서도 영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 텔레비전을 많이 보면 귀가 뚫린다는 소리를 듣고 그렇게 3개월 하니 정말 귀가 뚫리더라고요. 나중엔 텔레비전 프로그램 내용이 재밌어서가 아니라 들리는 내용이 있어서 웃음이 나더라고요.”

조 : “어? 나도 3개월동안 텔레비전을 열심히 보면 귀가 뚫릴까?”

박 : “(웃음)제가 (습득력이) 조금 빨랐던 편이에요. 하루에 여덟 시간씩 텔레비전을 봤고, 잘 때도 들었으니까요. 고등학교 때는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교회에 가서 친구들이랑 놀고, 부모님님께 차 태워달라고 해서 쇼핑몰 구경하면서 지냈던 기억이 있어요.”

조 : “ 정민이를 안 지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똑똑하고 예리한 친구예요. 습득력도 빠르고요. 저도 비슷하게 초중고 시절을 교회에서 많이 보냈습니다. 학원도 안 다녔으니까요. 그때는 되게 조용하고 먹는 것을 좋아하고 운동하는 것도 좋아해서 교회 사람들이랑 어울려서 운동했죠. 커피 마시면 머리 나빠진다고 해서 커피를 입에 대지 않을 정도로 순박하고 순진했어요. 평범했죠. 여자아이들이 말 걸면 쑥스러워하고, 여자 아이들이랑 같이 밥이라도 먹을 때면 밥 한 숟가락 먹고 입 한번 닦고… 이런 식이어서 밥 먹고 나면 휴지가 수북하게 쌓일 정도 였죠.(웃음) 어머니께서 ‘네가 이쪽 일을 하게 될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다’고 늘 말씀하시죠.”

▲연기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지는데요.

조: “저는 일반계고를 나왔는데 공부를 정말 많이 시킨 학교였어요. 11시까지 의무적으로 야간 자율학습을 시켰죠. 억지로 공부하는데 희열이 없었습니다.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나 보다 그냥저냥 지내고 있었요. 고3때 소풍을 갔는데 반 대표 장기자랑을 하는 코너가 진행됐어요. 친구들이 추천도 안 했는데 조용히 있던 제가 갑자기 앞으로 뛰어나간 거예요. 반 친구들이 ‘저놈, 뭐꼬~뭐꼬~’ 난리가 났죠. 어디서 용기가 나왔는 지 저도 모르게 사회자의 마이크를 빼앗아서 노래· 춤· 선생님 흉내 등 각종 장기 자랑을 하기 시작했죠. 몇백명이 웃고 난리가 났는데 그때 별의별 감정들을 처음 느껴봤어요. 장기자랑 1등을 했고 그날 이후로 저는 학교서 유명인이 됐어요. 그때 제 적성을 알게 돼서 부산에 있는 이벤트학과에 진학했어요. 한 학기 하고 연기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고3 소풍 장기자랑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어요.”

박 : “ 원래 목회자의 길을 걸으려고 대학 전공도 심리학으로 선택했어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데 무얼 해야 할까 고민하던 때에 KBN이라는 미국 한인 방송국에서 열린 청소년 가요제에 나가게 됐죠. 감사하게도 대상을 타면서 미국 대형 레코딩 회사와 연관된 기획사에서 3-4년 연습생 생활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제게 데뷔로 거짓말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서 기독교 뮤지컬 ‘언약의 여정’에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참여했어요. 그 작품을 하면서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이 끝나고 복학을 하면서 연극 전공으로 바꿨어요. 졸업을 한 후 2년 전 2012년에 한국으로 들어왔죠. 신앙적인 이유로 모국에서 배우를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이었어요. 한국에서 오디션을 보는데 서류전형에서부터 다 떨어지는 거예요. 5월에 한국에 들어왔는데 10월까지 아무 것도 못하고 있었죠. 그 와중에도 가수의 꿈이 있어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도 지원하면 ‘나이도 있고, 외모도 그렇고, 키도 작은 편인데…’하며 아이돌을 뽑는다는 반응이었어요. 어떡하나 하며 고민 중에 흥행 영화를 패러디한 코미디 연극에 지원했는데 서류와 오디션을 통과했어요. 하지만 그 작품도 기획사 사정으로 개막이 미뤄지게 됐죠. 그렇게 마냥 기다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간다’작품인 ‘거울공주 평강이’(이하 거평이)에서 아카펠라와 아크로바틱에 능한 사람을 모집한다는 공지를 봤어요. ‘나는 몸도 잘 쓰고 음감도 좋으니까 해봐야겠다’ 하고 지원했어요. ‘거평이’를 통해서 ‘간다’와 인연을 맺었고 지금까지 그 인연을 이어오고 있죠. 현식이 형도 만나고 ‘유도소년’ 같은 좋은 작품과 선배들도 만날 수 있고, 정말 감사해요.”

▲ 그렇다면 현식 배우님은 어떻게 ‘간다’와의 인연을 맺게 되신 건가요?

조: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연기를 하고 싶어서 휴학하고 대구로 돌아왔어요. 당시 대구에서는 아카데미나 극단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정보를 얻기 쉽지가 않았죠. 그때 아는 형이 친한 친구가 한예종에 다니고 있다면서 소개를 시켜줬어요. 그때 만난 배우가 진선규 배우예요. 진선규 형님을 만난 건 제게 정말 큰 사건이었습니다. 대학로에 있는 한 베트남 쌀국수 집에서 선규형을 만났는데 제가 너무 절실한 나머지 형이 한 말을 메모지에 모두 받아 적었어요. (진선규) 형이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셨나봐요. 그날이 형을 만나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인 줄 알았는데 어느날 형이 ‘현식아, (서울로) 올라와라’하고 전화를 주셨어요.

당시에 선규 형도 아는 형과 옥탑방에서 같이 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같이 살고 있는 형에게 잘 말해볼테니 올라오라고 하셨죠. 그렇게 동거가 시작됐습니다. 선규형은 연기적으로 도움을 주셨을 뿐만 아니라 돈도 없이 몸만 올라온 저를 아예 먹여 살렸죠. 지금은 ‘간다’ 대표이신 (민)준호 형, 보경이 누나 등 극단 멤버들을 그때 알게 됐죠. 최고의 학교에 다니는 그분들은 제게 우상인 존재들이었어요. 그렇게 멤버들을 알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 시험도 치고 떨어지면서 군대를 가기로 결심했어요. 군대를 가려고 하는 찰나에 ‘거평이’라는 작품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하늘을 날아갈 정도로 기쁘고 감사했죠. 군대를 미루고 작품에 들어가면서 ‘간다’ 팀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조: “한예종에서 ‘거평이’ 첫 본공연을 봤어요. 당시 입시생이었는데 공연이 제겐 충격 그 자체였죠. ‘이 배우들, 이 공연은 대체 뭐지?’. 관객이 모두 퇴장했는데도 나가지도 못하고 객석에서 혼자 기도를 했어요. ‘저 공연을 하고 싶다. 저 배우들이랑 하고 싶다.’ 벅차오르는 가슴을 추제하지 못해서 석관동에서 외대까지 뛰어갔어요. 그렇게 바라던 작품을 같이 하자고 연락을 받았을 때는 말로 표현 못할 기쁨이 있었죠. ‘간다’라는 팀에게 정말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저도 형들에게 받은 사랑을 후배들에게 나눠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현식배우님으로부터 많은 사랑 받고 계신 거죠?)

박 : “그럼요! 닭강정도 사주시고.(웃음) 그런데 최근에 그렇게 좋아하는 닭강정을 끊으셨거든요.”

조 : “제가 술·담배를 안 해요.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유일한 낙이 닭강정 하나 사서 먹으면서 스트레스 푸는 거예요. 안 좋은 점은… 살이 많이 찐다는 거예요.(웃음) 금단현상요? ‘금닭’현상이 왔죠. 다행히 유도의 힘으로 이겨냈어요.”

▲이재준 연출께서 ‘요셉’ 캐릭터를 박정민 배우를 두고 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박 : “올모스트 메인 앵콜 공연을 보러오셨던 이재준 연출님께서 (‘유도소년’ 속 ‘요셉’ 캐릭터를) ‘너 보고 썼다’고 하셨어요. 사실 저는 (제가 어떤 지) 잘 몰라요. 개념 자체가 미국 마인드예요. 미국은 다른 사람 터치 안 하는 개인주의에, 형이나 동생 개념 없이 모두 you로 통하잖아요. 선배 개념도 당연히 없죠. 그런 모습이 극단에 처음 들어왔을 때 보였나봐요. 연극인들이 모이면 쫑파티나 시파티를 하잖아요. 제가 사는 곳이 금천구라 꽤 멀어요. 또 몸이 안 좋으면 집에 일찍 가야하죠. 제가 극단에서 남자 막내인데 술을 마시고 즐겁게 얘기하다가 갑가지 자리에서 일어난데요. 그럼 선배들은 ‘얜 뭐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조 : “막내일 때는 어렵게~ 어렵게 겨우겨우~ 집에 가잖아요. 정민이가 극단에 들어오기 전까지 10년동안 제가 막내였거든요. ‘너도 (막내로써) 당해봐라’하고 있었죠. 쫑파티에서 11시가 조금 넘자 정민이가 갑자기 가방을 싸면서 ‘형님, 가보겠습니다!’ 라고 하는거예요. 그래서 ‘어디 가?’라고 물었더니 ‘막차요!’라고 대답하더라고요.(웃음) 어느 날은 ‘내일 수업 있어서 가봐야 해요’라고 하기도 했고.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올까 생각이 들어요.(웃음)”


박 : “제 자신도 모르는 부분을 연출님이나 선배님들이 꼬집은 게 캐릭터에 묻어나요. 발을 밟았을 때 제 경우에는 ‘어? 미안해요’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게 아니래요. ‘아……선배님…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해야 했던 거죠. 이런 경우가 수두룩 하다보니 ‘요셉’역에 더블 캐스팅된 의식이 형이 보고 특징을 잡아내시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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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 “저도 (‘태구’와) 비슷한 점이 많아요. 먹는 거 좋아하고 학창시절에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던 것도 비슷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요. ”

박 : “경찬 작가님 후배 중에 그런 친구가 있었대요. 자기는 도장 하나 차려서 맛있는 거 먹고 즐겁게 사는 게 꿈이라고요.”

▲‘태구’나 ‘요셉’ 캐릭터를 연기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조 : “전 경상도 출신입니다. 제게 제일 어려운 말이 표준어인데, 표준어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전라도 사투리까지 배워야 했어요. 말에는 정서가 묻어 나와야 하는데 말이 익숙치 않은 상태에서 한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죠. 외국어 같았어요. 초반에는 사투리들이 막 섞여나왔어요. 경상도 사투리인 지, 전라도인 지 표준어인 지 막 섞여 나올 때가 있었죠. ”

박 : “연출님으로부터 캐릭터를 살리라기 보다는 제가 눈이 작다보니 표정이 일관적인 가봐요. 재준 연출님과 준호 연출님께서 표정을 바꿔봐.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게 표현해야 관객들에게 전달이 더 잘 될 거라고 조언해주셨죠.”

조 : “작가님께서 특히 태구 같은 경우에는 사투리를 잘 써야 한다고 하셨어요. 작가님에게 태구 같은 면이 있어서 도움이 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태구가 요셉에게 전라도 사투리를 알려주는 장면이 있는데 지금 공연 중인 장면은 원래 대본과 달라요. 그 부분을 설명하시면서 즉흥적으로 ‘유도는 말이여, 절반·유효·효과가 있쓰어’라고 하셨는데 정말 웃긴 거예요. 또 작가님이 흥분할 때 ‘그랬자녀!’하면서 말을 차마 끝내지 못하실 때가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작가님한테 많이 도움을 받아 캐릭터에 녹였죠. ‘솔찬히’ 이런 말은 본토 말이라 잘 모르잖아요.”

박 : “형님, 그래도 성공하신거예요. SNS에 형님 사투리 구수하다고 난리가 났어요. (웃음)”

▲태구와 요셉이는 경찬의 든든한 연애조력자인데요. 문득 두분의 연애 스타일이 궁금해집니다.

조 : “저한테 이런 질문은 정말 신선하네요. (웃음)”

박 : “(박)훈이 형이 현식형한테 별명을 지어준 게 있어요. 난봉꾼이라고 ‘조난봉(조현식+난봉꾼)’이라고.(웃음) ”

조 : “사실 연애를 잘 몰라요. 경상도 남자라 무뚝뚝해서 연애하면 상대방이 답답해해요. 잘 몰라서 실수도 많이 하는데 모르니까 가르치는 매력이 있죠. 여자에게 이런 것을 사줘야, 어떤 장소에 함께 가야 좋아하는 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매번 진심을 다해요. 어느 날은 찰흙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서 (여자친구) 이름과 ‘좋아해·사랑해’라는 문구를 새겨서 선물했는데 지금 여자친구가 정말 좋아하거더라고요. 비싼 건 아니지만 너의 마음이 느껴진다며 감동을 받더라고요. 그렇게 점수 얻어놓고 짜잘한 걸로 점수 다 잃는 스타일이에요.(웃음)”

박 : “전 미국 스타일은 아니예요. 지금 여자친구한테도 고백을 잘 못했어요. 좋아한다고 표현은 잘해요. 처음엔 서툴고 소극적인데 나중에는 헌신적이죠.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이야기했었는데 잡혀사는 게 제 스타일인 거 같아요.(웃음)”

▲한때 국가대표 유망주였던 경찬이처럼 꿈에 도전하다가 좌절한 적이 있나요?

조 : “연기를 하겠다고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왔을 때는 무일푼 상태였어요. 고시원 방에 두 명이 함께 살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연기 학원도 다녔습니다. 학교에 진학해야 배우의 꿈을 이루고 어머니께 효도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절실했죠. ‘한예종’이라는 학교를 가지 못하면 죽겠다는 생각으로 정말 무서울 정도로 앞만 보고 달렸어요. 낮에는 연기학원에 가고 저녁에는 한예종 앞에서 군고구마를 팔면서 돈을 벌고 새벽에는 군고구마를 익힐 장작을 팼죠.”

“그 당시에 연애 등의 감정은 사치라고 생각했어요. 연기학원 선생님이 말릴 정도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2년 동안 열심히 살았는데 낙방했어요. ‘누구보다 최선을 다 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나는 왜 안 되지’ 하는 나쁜 마음이 올라왔어요. 제 인생 최고의 좌절을 맛봤어요. 할 만큼 했고 희생을 감내했는데…. 너무 좌절감이 커서 그날 처음으로 술을 마셨습니다. 고향에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짐을 싸고 있는데 연기학원 선생님께서 절 부르셨어요. ‘현식아 많이 힘들지’라고 말을 건네셨는데 참고 있던 울음이 터져버렸어요. ‘현식아, 하나님이 너를 크게 쓰실려고 이런 시간을 허락하신 거야. 잘 될 거야. 한번만 더해보자’. 선생님의 그 말씀이 저의 마음을 바꿨습니다.”

“제 인생의 은인이 많아요. 선생님의 그 말씀이 없었다면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겠죠. 그래서 잘 될 때 ‘내가 잘해서 이룬 게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늘 자만과 싸우려고 노력해요. SNS를 안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어요. SNS를 하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니까 초심을 잃을까봐 두려운 거죠. 관심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심을 받고 나서 흔들릴까봐요.”

박 : “힘들었던 적은 있었어요. 하지만 워낙 성격이 낙천적이어서 힘든 일 뒤에 올 것을 바라보기 때문에 고민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지금 와서 보니 힘들었던 때가 세번 정도 있는 거 같아요. 영어 배울 때, 연습생 시절, 마지막으로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연기할 기회가 없었을 때. 서른 살 넘어서 부모님께 용돈 받고 지내야 한다는 게 속상했죠. 여자친구와 결혼도 하고 싶은데 마땅히 돈을 모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미안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이후에 계획된 것이 있을 거란 믿음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오니까 이 자리에 놓여지게 되더라고요.“

▲요셉이에게 태구란?

박 : “ 현식이 형이랑 여진이 형이랑 많이 달라요. (현식) 형이랑 할 때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굉장히 편해요. 제가 무얼 해도 형이 커버해 줄 수 있다는 편안함이 있어요. 제가 무대에서 난리 부르스를 춰도 오히려 더 하라고 부추길 거예요.(웃음)”

▲태구에게 요셉이란?

조: “정민이의 강점은 욕심이 없다는 거예요. 줄 수 있는 것에 것에 감사하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이것이 연기에도 드러나서 되게 편해요. .정민이를 보면 정말 셉셉이 같아요. 동생이라 매치기할 때나 연기할 때 편하고요. 동생이지만 배울 점이 많아요.”

박 : “의식이형과 현식이 형은 정말 치열해요. (현식)형이랑 의식이형이랑 붙으면! 와~! 신스틸러도 그런 신스틸러가 없어요. (웃음) 거기서 나오는 장점에 관객들이 숨쉴 틈이 없죠. 분위기를 띄워 놓아도 그렇게 띄울 수가 없다니까요.”

조 : “정민이는 동생으로서 장점이 있고요. 의식이는 동갑이다 보니 친구끼리 ‘야!야!’하고 (투닥거리는 게) 있어요. ”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신가요?

박 : “사람들이 ‘간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간다’ 작품은 믿고 본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런 배우가 되어요. ‘믿고 볼 수 있는 배우’, ‘간다’같은 배우요. ”

조 : “ 제가 바라는 배우는 극단 선배님들 같은 배우가 되는 거예요. 연기·인품·관계 등 보고 배울 게 많아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원하는 배우는 연기 잘 하는 배우. 연기잘하는 배우가 관객들에게 좋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거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관객들에게 좋은 웃음과 감동 영향을 주는 배우가 되는 게 꿈입니다.”

▲ 두 배우에게 유도소년이란?

박 : “ ‘유도소년’ 오디션을 볼 때 선배들이 우스갯소리로 다른 말 하지 말고 ‘유도소년 박정민이 왔어요!’라고 하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인생에 몇번 기회가 없다고 하잖아요. 배우 생활에 있어서 참 좋은 기회인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나중에 돌아봤을 때 이 작품을 통해서 이만큼 사랑을 받고 성장했지 하고 기억할 수 있는 작품일 거예요.”

조 : “선물이죠. 정말 좋은 선물이에요. 연출님·작가님·사람들· 작품을 만난 것.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하죠 . 부족한 제게 그분들이 주신 선물입니다.”

두 감초 ‘조현식’ ‘박정민’ 을 비롯해 홍우진, 박훈, 차용학, 박성훈, 오의식, 박민정, 정연, 윤여진, 우상욱, 양경원이 출연하는 연극 ‘유도소년’은 7월 13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3관에서 연장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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