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되돌아 본 2001 세계경제] <3> 사상최악위기 日경제

[되돌아 본 2001 세계경제]사상최악위기 日경제 디플레·고실업… 길어지는 그림자 지난해 오랜 침체의 출구를 찾는 듯하던 일본 경제는 올 한해 동안 또다시 불황 속으로 빠져들며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다. '디플레'와 '고실업'이라는 암운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짙어지며 일본열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마이너스 2%를 밑도는 경제성장률, 5.4%까지 치솟은 실업률, 날로 늘어나는 기업 도산과 부실채권. 날로 악화되는 경제지표는 일본 경제가 지난 97~98년의 금융위기 당시, 또는 그보다도 못한 상황으로 크게 뒷걸음질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버텨 오던 개인소비도 경기 악화와 디플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내리막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아픔을 동반한 구조개혁'을 강조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등장과 함께 가속화한 경기 하락이 지난 9월에 돌발한 뉴욕 테러사태와 그에 따른 세계 경제의 둔화, 국내 광우병 소동으로 이어진 잇단 악재까지 겹쳐 겉잡을 수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 구조개혁에 어느 정도의 '아픔'이 따를 것을 예고했던 고이즈미 정부도 예상외로 빠르게 얼어붙는 경기 사정에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다. 특히 문제시되는 것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소비의 둔화. 올 하반기 들어 개인소비는 지난 99년말 이래의 가파른 하락세를 보여, 정부의 경기회복 시나리오가 차질을 빚고 있음을 나타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계속되는 디플레와 정보기술(IT) 부문의 거품붕괴의 파장, 여기에 테러 이후 미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 등이 "소비가 버티는 동안에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이 끝날 것"이라던 정부의 당초 기대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대량 감원의 한파와 미국의 전쟁 소식, 연이어 발견되는 국산 소의 광우병 감염 등은 일본인들의 소비심리를 빠른 속도로 냉각, 이는 물가 하락과 기업의 수익 악화, 그에 따른 추가 감원과 경기 침체라는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일본 경제를 끌어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이미 악성디플레의 문턱을 넘어섰다고 지적하고 있다. 10년 넘게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디플레의 악순환은 일본 경제에 대한 신용도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불과 3년여 전까지만 해도 미국 등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던 일본의 장기국채는 올해 급기야 선진7개국(G7) 가운데 최악, 타이완이나 슬로베니아보다도 신용 리스크가 크다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시장에서도 해외 투자가들의 시선은 냉담하기만 하다. 뉴욕 테러의 충격으로 17년만의 최저치까지 곤두박질 쳤다가 뉴욕 증시와 함께 기사회생한 도쿄 증시의 닛케이 지수는 다시 위험수위를 눈앞에 둔 수준까지 밀려난 상태다. 정부는 지난 4일 발표된 올해의 경제재정백서에서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고이즈미 내각이 추진하는 구조개혁이 진행돼 경기침체의 진앙인 부실채권 문제가 해결되면 2%대의 성장세로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사실상 이제 막 시작된 일본의 구조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동안 경제가 그에 따른 고통을 견뎌낼 체질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내년중 성장률이 0%에 그치는 반면, 실업률은 5.6%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현실은 이보다 훨씬 혹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경제를 크게 좌우하는 미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일본 경기는 내년에도 바닥없는 하향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도쿄=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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