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세연 칼럼] 한국의 반부패 정책과 법치

김세연 새누리당 국회의원

부패는 국제사회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공해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국가적 차원의 반부패 인프라 구축과 공직사회 청렴문화 확산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법령 등에 내재된 부패유발요인들을 분석하고 개선하여 부패발생을 사전적으로 차단하는 ‘부패영향평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2012년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반부패 정책인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제도’가 ‘UN 공공행정상’ 중 반부패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이 제도는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그러나 2013년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한국은174개국 중 46위에 그치는 등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중국의 강력한 반부패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시기에 우리의 현재 모습을 성찰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것도 뜻 깊은 일이라 생각한다.

한국은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30여 년 동안 연평균 경제성장률 7∼8%의 고도 경제성장을 기록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성장을 거두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투명성과 윤리문제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그 결과 불법과 비리가 발생하더라도 국가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묵인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고, 이러한 경제성장의 그늘에 일부 편법과 비리 관행이 잔존하게 되었다.

오늘날 한국의 부패방지시스템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출발점은 ‘위로부터의 반부패혁명’이 시작된 김영삼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첫번째는 ‘금융실명제’ 실시였고 두번째는 ‘공직자 재산공개’ 도입이었다.

1993년 그 이전까지는 가명을 사용해도 금융거래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던 관행을 추방하여 모든 금융거래를 금융거래 당사자가 실제 본인의 이름으로 하도록 하는 ‘금융실명제’를 도입했다. 통상적인 입법과정을 거치면 막대한 저항에 직면할 것을 예상하여 극비리에 실무 준비를 마친 후 헌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된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하여 전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금융실명제를 통해 대한민국은 검은 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고, 이는 먼저 선진국이 된 일본도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제도다.

또 하나의 강력한 수단은 ‘공직자 재산공개’였다. 한국은 이미 1981년부터 선출직 및 고위공직자들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하여 차관급 이상의 공무원은 재산을 등록하도록 하였으나 그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기에 실효성을 가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1993년에 국가지도자의 결단으로 등록대상을 차관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하고, 특히 1급 이상은 이렇게 등록된 재산을 일반에 공개하도록 하였다. 미국에서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재산의 목록을 공개하는 방식이고, 한국처럼 재산 가액까지 공개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공직에 취임하는 시점과 공직에서 퇴임하는 시점의 재산을 공개함은 물론, 공직 재임시 매년 재산변동내역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하고, 이를 관보에 게재토록 하여 모든 국민들이 투명하게 공직자들의 재산현황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더 나아가 2002년부터는 주식거래내역도 심사하도록 하였고 2005년부터는 직무상 이해관계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주식을 한화 3,000만원 이상 보유한 경우 강제적으로 주식백지신탁을 하도록 하여 공직 수행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로 주식가치를 증식할 수 있는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였다.

한편 1990년대 중반 OECD 뇌물방지협약 체결 등 국제사회의 반부패 움직임이 강화되고, 국내적으로는 1997년 경제위기로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선진화시키려는 움직임이 함께 일어났다. 특히 시민단체와 학계 등에서 논의가 출발되어 ‘아래로부터의 반부패개혁’ 흐름이 강화된 결과로 2001년에는 ‘부패방지법’이 제정되었고 2002년에는 ‘부패방지위원회’가 설립되었다.

한국 정부는 부패방지와 국가청렴수준 제고를 주요 과제로 선정하였고, 법치로써 국가적인 반부패시스템을 체계화하였다. 현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 운영의 화두로 삼아 기존의 비정상적인 관행이나 비리, 제도를 선제적으로 개선하는데 정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은 공무원이 비록 자신의 직무와 관련성이 없는 사람으로부터라도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이 법은 현행법으로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의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재판 결과 많은 부패사범들이 무죄를 받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추진되고 있다. 만일 이 법이 성공적으로 제정된다면 1993년의 반부패 개혁 조치에 필적할 만한 큰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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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우는 개혁, 개방이래 1978년에서 2011년에 이르는 시기에 매년 10%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으로의 귀환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청렴정치건설’이라는 목표아래, 세계가 주목하는 강력한 부패척결 투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인민들은 시 주석의 ‘파리도 잡고 호랑이도 잡는’ 강력한 반부패 활동에 많은 기대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반부패 운동은 중국이 경제성장을 넘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고, 일반 인민의 권익침해를 막고 법치를 바로 서게 해 중국사회를 투명하게 만들어갈 것이다.

심지어 전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한 부패사건을 비롯, 부패한 고위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노력과 자기희생에 대해 국제사회는 중국의 국격 향상으로 인식하며 박수를 보내고 있고, 특히 한국은 적극적인 국제협력의 파트너로서 중국의 반부패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위대한 사상가인 한비(韓非)는 저서 ‘한비자’의 망징(亡徵)편에서 ‘나무가 부러지는 것은 반드시 벌레가 파먹었기 때문이고, 담장이 무너지는 것은 반드시 틈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또한 영국의 글래드스톤 전 수상은 ‘개인이나 국가를 몰락으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은 부패’라고 하였다. 이렇듯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패문제는 국가의 격을 좌우하고 존폐까지 좌우한다 .

어느 나라든 처음부터 완벽한 반부패 제도를 가지고 시작하지는 않는다. 사회발전 수준에 맞춰 제도를 수정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한국이든 중국이든 단시간에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일부 관행으로 굳어진 부패를 청산하고, 묵계에 의한 부패를 척결하며,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시점에 온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인치가 아닌 법치에 의해 반부패 정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법률의 형태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정부, 국제기구, NGO 등 다양한 행위자간의 협력을 통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반부패 정책이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행으로 굳어진 부패의 잔재를 청산하고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국민적 의지를 기반으로 한중 양국간 투명성 향상을 위한 국제적인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한중 양국의 반부패 정책의 경험이 공유되고 지속적, 전면적, 통합적 대응체계가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김세연 새누리당 국회의원(부산 금정구 재선의원, 현 국회 국방위원)

*이 칼럼은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새누리당과 중국 공산당이 반부패를 주제로 정당정책대화를 했을 때 김세연 의원이 발표했던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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