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원화학/집 팔고 빌딩 팔아 위기넘겨(중기 홀로서기)

◎95년 원자재값 상승으로 자고나면 부도 소식/국내 첫 UL마크· 연 40% 급성장 물거품 직면/거래사 정리·해외시장 개척 이젠 제2 도약 꿈이원화학의 조창원 사장(54)은 요즘도 서울 영등포역 근처를 지날 때면 마음이 편치 않다. 전기절연바니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조사장은 회사가 몹시 어려운 상황에 몰리는 바람에 이곳에 갖고 있던 5층짜리 빌딩을 급하게 처분했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장은 이때 자신이 살고있던 아파트마저 팔아버리고 전세로 내려 앉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상황은 공장마저 위태로울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다. 25년여에 걸친 조사장의 사업경력에서 최대의 위기 순간이었다. 조사장은 『그때 17층짜리 아파트에서 떨어진다면 사람이 어떻게 될까하는 아찔한 생각에도 시달렸다』면서 『인생에서 실패했다는 나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69년부터 화공약품 도매상에 종사하던 조사장은 제조업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고 결국 80년대 초 경기도 부천에 에나멜동선에 입히는 절연바니시 제조공장을 마련했다. 그리고 83년에는 당시 자금난에 시달리던 충남 연기군 노장공단의 (주)동성고분자를 인수할 만큼 회사규모를 확장해나갔다. 그러나 이때 들어갔던 막대한 인수자금은 두고두고 조사장을 괴롭혔다. 95년들어 원자재가격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고 대금 결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94년부터 올초까지 해마다 2억원을 넘는 부도어음이 사방에서 터져 나와 사고기업으로 몰리고 말았다. 정신없이 거래처를 다니며 해결에 나섰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자고나면 부도소식이 터져나왔던 살얼음같은 순간들이었다. 얼마전엔 밀린 대금을 받아내기 위해 공장의 직원들이 매일 저녁마다 서울로 올라와 부도업체 사장의 집앞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며 농성을 벌였던 적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용보증기금 대전북지점(지점장 강태원)의 박문규 대리는 조사장과 함께 금융기관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설득하고 나선 끝에 신규 대출을 받아낼 수 있었다. 채권은행에서도 평소 조사장의 경영능력이나 회사내용을 알고 있던 터라 사고 정상화에 대한 확답을 어렵게나마 얻어낼 수 있었다. 실제로 이원화학은 90년대들어 해마다 40%의 매출증가율을 지속하면서 92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미국의 UL규격을 획득하는 등 품질향상에 힘써 업계 정상의 위치를 굳혀가고 있던 터였다. 조사장은 창업이래 첨단시험 장비를 갖춘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신제품을 잇따라 개발한 바 있다. 전자업체인 동화기업도 회사 정상화에 큰 밑거름이 됐다. 이 회사는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3개월치 물량을 납품받는 조건으로 선수금 1억2천만원을 선뜻 내줬고 조사장은 이를 받아 연체대출금은 물론 체납됐던 세금도 정리할 수 있었다. 신보는 조사장의 자구노력을 인정해 최근 3억원의 보증을 추가로 지원해주면서 돌파구를 마련해주었다. 조사장은 거래업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영세중소 기업들에 대한 정리에 나섰다. 그리고 결제조건에 따라 대금을 차등 적용하는 등 매출채권 관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신용상태가 양호한 우량기업도 새로 거래처로 뚫었다. 이원화학은 자금결제가 유리한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파키스탄의 만조르 나이사와 월간 2만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태국의 전자업체인 타부치사에도 월간 6만달러의 물량을 수출키로 하고 12월 선적을 앞두고 있다. 개인재산을 몽땅 털어넣기까지한 갖은 노력끝에 조사장은 마침내 지난 5월16일 밀렸던 대출금을 완전히 떨쳐버리고 정상화를 이룰 수 있었다. 이원화학은 요즘 주문이 늘어나 사무직원까지 생산현장에 투입할 만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직원들에게 50%의 특별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했다. 조사장은 『중소기업 주변에는 도움을 주기는 커녕 비가 오면 우산을 걷어가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제 부도를 냈던 중소기업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조사장은 그 어느때에 볼 수 없었던 자신감에 넘쳐 있다. 최근 몇년동안 밀어닥쳤던 경영위기를 극복한 뒤라서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홀로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이 붙었기 때문이다.<정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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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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