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론] 연평도 훈련과 김정일의 오산


문순보<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 연구위원> 12월20일은 현대 남북관계사에 큰 획을 긋는 하루로 남을 것이다. 북한의 갖은 위협과 중국 및 러시아의 외풍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공언했던 안보주권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이번 훈련은 국민들에게 올바른 안보의식을 함양해줄 뿐 아니라 북한의 잘못된 대남인식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군의 통상적인 사격훈련 예고에 북한은 강력 반발했다. 여기에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분쟁지역화함으로써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궁극적으로는 평화협정 체결을 의도하고 있다는 종래의 해석 외에 북한은 두 가지 커다란 오산을 하고 있다. 남측 강경대응에 당황한 북한 첫째, 북한은 한국군의 해상 사격훈련에 대해 강경 대응하는 것이 김정은의 군부 내 지지기반을 확고히 하고 후계체제의 연착륙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이 이토록 강경하게 나올 것이라고 계산하지 못했던 것 같다. 둘째, 지난 11월23일의 공격을 포함해 현재 북한 정권은 그들의 배곯음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지원해준다고는 하지만 국제사회의 제재가 통치권까지 목줄을 죄어오는 상황에서 이제 그만 숨통을 틔워주지 않으면 한반도에 ‘깽판’을 치겠다는 그들 특유의 배짱이라는 분석이다. 미국과 대화하자고 한국에 주먹을 휘두르는 형국인데 우리의 인내심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한국은 시정잡배의 그것과 다름없는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았다. 이날 훈련에서 한국군은 1시간34분간 집중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이 끝난 지 2시간여가 지난 오후6시 현재까지 북한이 추가 공격을 가해왔다는 소식은 없다.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7,600톤급)을 비롯해 F-15K, KF-16 등 엄청난 화력이 대기하고 20여명의 주한미군 및 군사정전위 소속 외국인들이 사실상의 인계철선(trip wire)으로 동원된 상황에서 북한이 ‘예상할 수 없는 무자비한 대응타격’을 가하기란 애초에 무리였다. 그러나 안심하지 못한다. 11월23일에도 우리 군은 오전10시30분부터 사격훈련을 시작했으나 북한이 공격해온 건 오후2시30분께부터였다. 언제 어떤 방법으로든 북한 정권은 실추된 자존심을 회복하려 할 것이다. 나이 어린 왕세자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일각에서는 연평도 등 서북도서 지역에 대한 포격 가능성뿐 아니라 ‘성동격서’식으로 내륙을 겨냥한 제한적인 공격 개연성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북한이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주요 기업과 산업 기반시설 및 전력ㆍ통신시설에 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이제 우리는 결연해져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희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늘 확전을 경계하고 망설여왔으며 우리에게 확전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김정일은 차후에 더 강도 높은 도발을 자행해 우리를 압박하면서 많은 것을 얻어냈다. 내주기만 하던 행태 벗어날 때 과거의 행태처럼 북한을 어르고 달래며 나쁜 평화를 근근이 이어가는 것은 우리의 안보와 생존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그에 따르는 희생을 감수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이 훈련을 계기로 북한은 남북관계에 있어 ‘갑’처럼 행세하던 과거의 추억을 접고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더 이상 한국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을’이 아니다.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 수뇌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불법적인 무력행사에는 ‘무자비한 대응타격’만이 ‘후과’로 돌아올 수도 있으며 진정한 개혁·개방만이 살길이라는 교훈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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