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나리오별 경영전략/외국기업] "위험회피 최우선"

화물운송등 물류타격에 세계화 전략 재검토지난 11일 뉴욕과 워싱턴을 강타한 테러 공격의 충격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라앉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기업들은 리스크 회피를 우선적 경영과제로 선정하는 등 기업 경영문화를 속속 바꾸고 있다. 물론 이 같은 기업 경영문화의 변화는 미국의 보복공격에 따른 '전시 경제'가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점이 전제돼 있기는 하지만 최근 들어 심화되고 있는 세계 경제의 침체도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위험회피 우선적 경영과제 부상 지난 10년간 세계 제조업의 화두는 세계화였다. 임금이 싼 개도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함으로써 생산 원가를 줄이는 것을 경쟁력 제고의 제1 원칙으로 삼았던 것. 그러나 테러 사태로 화물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이에 따라 해외에서의 부품 조달에도 문제가 발생하자 세계화에 대한 전략 재고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실제 테러 사태 이후 여행객들의 항공기 탑승 기피로 항공업계는 주가가 반 토막 나는 등 고사(枯死) 위기에 처했으며, 특히 항공과 관련한 각종 규제는 물류산업은 물론 제조업 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원가 절감의 이점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제조업의 세계화 추세가 역류되지는 않겠지만 위험과 대가의 균형을 재검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획득할 수 있는 이익에 비해 리스크가 너무 클 경우에는 과감하게 몸을 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이 같은 기류는 기업들로 하여금 중요 부품의 공급은 국내에서 조달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험회피에 무게를 둔 경영은 금융업계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이와 관련,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최근 아시아의 주식시장ㆍ채권시장ㆍ부동산시장은 물론 보험시장에 이르기까지 위험회피를 의식한 자금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 유연성 제고에도 상당한 무게 최근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대표적 요인 중 하나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최근 높아진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시나리오별로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등 유연성(flexibity)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이와관련, 파이낸셜 타임스는 각 기업들의 경영자들은 가능성 있는 몇 가지의 상황을 전제로 전략을 수립하고, 각 상황에 걸맞는 경영전략을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각 기업들이 신규채용보다는 아웃소싱을 통해 인력을 활용하는 것도 유연성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USA투데이는 최근 미국의 대학 및 고용주협회(NACE) 연구보고서를 인용, 미국 기업들의 60% 이상이 경비절감 차원에서 인턴사원 또는 그와 유사한 단기 업무를 수행하는 학생들의 고용 수준을 유지하거나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테러 사태 이후에는 이 같은 양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노동시장 조사기관인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는 기업들이 테러 사태를 계기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신규채용을 억제하는 대신 아웃소싱을 선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현지 친화적 글로벌 전략 수립 미 테러 사태 이후 기업들의 해외 경영문화도 변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해외 경영문화의 변화는 다국적기업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적 대기업들은 이번 테러로 미국의 자유시장 가치가 해외에서 인기가 높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직원들의 안전 등을 고려, 현지 친화적 글로벌 전략을 세우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세계의 각 기업들은 테러 사태 직후 불안감이 확산되자 출장을 줄이고 그 대체 수단으로 화상회의를 활용하는 등 안전 강화에 신경을 쏟았었다. 특히 이들 대기업은 앞으로 현지의 특성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 등 과거보다 겸손한 태도를 보이면서 단독진출보다는 합작투자 형태를 더욱 활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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