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국회의장과 민주당 정대철,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30일 3자 회동은 정치권이 사회갈등의 조정자로 적극 나서 국정운영 동반자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풀이된다.
박 의장과 양당 대표가 이날 회동 후 양당 대변인을 통해 밝힌 7개항의 합의사항 대부분이 국정운영 관련 상호협력에 중점을 둔 것이 단적인 예다. 세 사람은 합의문에서 우선 “최근의 안보정세와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최근 잇따르고 있는 파업사태와 사회기강 해이에 대해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 출범 후 친노동자 성향의 정책 추진으로 국정혼란이 가속되고 사회기강이 흔들리는데 대한 정치권의 우려표명으로 비춰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박 의장과 양당대표는 합의문에 명시한대로 앞으로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만나 대화하기로 해 그동안 끝 모를 대치정국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민생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조속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는데 노력하기로 했다. 불필요한 정쟁을 지양하기 위해 품위있는 논평, 성명 등을 통해 정치의 신뢰를 높이자는데도 인식을 같이 했다.
국회와 여야는 3자회동의 이 같은 합의로 일단 7월 임시국회를 열어 추경안과 각종 경제ㆍ민생법안 처리에 협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회에는 추경안 뿐만 아니라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안, 외국인 고용허가법안, 주5일근무법안, 한ㆍ칠레 FTA(자유무역) 협정체결 동의안 등 시급하고 민생과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안건들이 산적해있다.
박 의장과 양당대표는 이와 함께 최 대표가 지난 26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당선된 뒤 대표 수락연설에서 제안한 범정치개혁위원회 구성에도 합의, 지지부진한 정치개혁의 속도 역시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최 대표가 제안한 범정치개혁위원회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등 외부인사 다수가 참여, 정치개혁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논의하기 위한 장이다. 이는 그동안 밀실에서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됐다고 비판받았던 정치개혁 논의를 공개적으로 시작했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박 의장과 여야 대표는 이날 정국대치의 핵심원인인 대북송금 관련 새 특검법안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정 대표는 제2특검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데 대해 최 대표는 반드시 특검이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추경안에 대한 국회 심사와 처리의 걸림돌인 국회 예결위 구성에 대해서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세 사람은 이에 따라 두 사안에 대해 양당 총무회담에 일임했으나 현 상황에서는 여야 입장차이가 워낙 커 합의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다. 결국 7개항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두 사안에 대해 의견절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국대치가 계속되고 정치권은 언제든 격랑과 파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