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12월 7일] 연평도의 교훈

천안함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잠수함의 기습공격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백주 대낮에 연평도를 두들겨 맞았다. 목에 핏발 세워가면서 "자주국방"을 외친 게 벌써 몇 십년째고 "이제 자주국방 달성했다"며 목에 힘준 지 몇 년이 지났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속절없이 당했다. 정부나 군당국은 지난 1968년 1ㆍ21사태부터 비교적 최근에 벌어진 동해 잠수함침투 사건, 그리고 3월 천안함 폭침까지 때면 때마다 "다음부터는 용서 없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엄포는 그야말로 민심과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았다. 국방비 北의 8배 불구 취약 지난 반세기 동안 북의 수십 차례 도발이 있을 때마다 "굳건한 한미공조"만 외쳐오더니 외신으로부터 받은 평가는 "알고 보니 한국 군이 의외로 허약하다(일본 산케이신문)"는 보도였다. 그렇다고 우리가 국방비를 아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남한은 1998년부터 2003년까지 해마다 북한의 8~9배에 달하는 연 10조원 이상의 국방비를 지출해왔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고 뻔히 마주보고 있는 북한의 낡은 해안포들에 속수무책으로 선제 공격을 당했는지 당국은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물론 우리 군 예산의 경우 북한군에 비해 임금지급, 장비의 유지ㆍ보수비용 등 해마다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경상비의 비중이 높은 게 사실이다. 반대로 계획경제 체제의 북한은 인건비 지출이 적고 무기 도입시 지급하는 원가도 훨씬 낮은 수준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10여년간 북한보다 7~8배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면서 날마다 마주보는 북한의 해안포에 대비하지 못하고 두들겨 맞은 것은 직무유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나마 우리 군이 해안포에 취약하다는 것도 이번 포격이 있었기 때문에 알게 된 것이지 해안포 외에 특수부대ㆍ핵·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과 기습공격이 가능한 북의 비대칭전력에 대한 대비는 어느 정도 돼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은 그래서 가중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군은 북이 또다시 도발하면 "이번에는 F-15K 같은 전폭기로 응징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F-15K에서 발사하는 SLAM-ER의 기당 가격은 200만달러. 3만달러도 채 안 되는 북의 대포 숫자가 8,500문이니 이 미사일로 북의 화력을 모두 제압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짓'이나 다름없다. 일각에서 저렴한 '이스라엘제 스파이크미사일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백보 양보해서 미사일로 북한의 포병 화력을 무력화시킨다고 해도 포탄 수백발이 서울 도심에 떨어지고 난 다음이면 응징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때문에 이 대목에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정부의 전략적 사고와 판단이다. 적절한 대비 못한 책임 물어야 연평도 포격 때 대통령이 '확전이 안 되게 조치하라'는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한 논란으로 김태영 전 국방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확전 방지'는 대통령이 마땅히 내렸어야 할 명령이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K-9 자주포 절반이 가동불능인 상태에서 '확전을 자제한 것'은 백번 잘한 일이 아닌가 말이다. 아니 어쩌면 연평도 내의 전력만으로는 확전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신임 국방장관이 임명된 만큼 조만간 군 수뇌부의 인사가 뒤따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평도 피격 사태에 따른 문책 사유는 '적절한 대비를 못한 것'이어야지 '확전을 자제'한 게 돼서는 안 된다. 연평도 피격을 보면서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경구가 새삼스러운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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