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구제금융시대/분야별 파장

◎불실정리 여파 ‘경기한파’ 계속된다우리나라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간 자금지원을 위한 이행조건을 놓고 팽팽한 협상이 진행되면서 내년 우리 경제의 운영방향이 큰 골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IMF의 요구조건에 따른 정부의 정책 운영은 당분간 정부부문뿐 아니라 기업과 가계 등 모든 국민의 경제생활을 결정짓는 만큼 우리나라 전체의 관심은 IMF지원조건 이행이 경제 각 분야에 얼마만큼의 파장을 일으킬 것이냐에 쏠려 있다.IMF 지원조건의 윤곽을 볼 때 내년 우리나라 경제는 올해보다 크게 위축, 지난해부터 계속된 불황의 골이 한층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경제전문가들도 2.5∼3%대의 저성장이 일반 국민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수반할 것이라고 지적, 내년 우리 경제는 80년초 이후 최대의 한파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초긴축정책에 따른 고실업과 물가불안속에서 구조조정이 본격화, 우리 경제의 존립기반 자체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가운데 우리 국민들은 어느해보다 불안한 연말을 맞이하게 됐다. IMF 지배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야별로 살펴본다. ◎성장률/2.5∼3%대 저성장/내수부문 마비 의미 국제통화기금(IMF)은 구제금융 지원조건으로 성장률 2.5%라는 초긴축경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금껏 우리 경제에서 수출부문에서 발생하는 경제성장효과가 3%정도에 달하는 점을 감안, 2.5∼3%대의 저성장은 내수부문의 완전 마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국내경제는 내수와 투자 경기가 급랭하는 가운데 수출만이 겨우 성장의 명맥을 유지할 것이다. 아울러 내수 부진과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대규모 실업을 야기,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당분간 바닥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IMF의 요구조건이 저성장과 부실한 금융권의 대폭적인 구조조정이라는 양대축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금융기관 부실정리의 여파로 경기 침체의 골은 한층 더 깊어질 전망이다. 일부에선 이처럼 지나친 저성장이 우리 경제 기반자체를 흔들어놓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겨우 바닥을 쳤다고 생각되던 국내 경제가 저성장 기조와 구조조정에 따라 실물경제를 급격히 위축시켜 기업과 금융기관에 또다른 부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지난해부터 지속된 불황은 더욱 장기적으로 고착화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와는 무관하게 당분간은 IMF 요구에 따라 통화긴축과 재정긴축, 임금동결 내지 상승률 둔화, 실업급증, 부동산시장 냉각, 세부담 확대 등의 조치에 따른 경기 한파가 지속될 전망이다. ◎물가/환율·금리 급등영향 단기간 폭등 전망 최근의 원·달러 환율과 금리 급등현상의 영향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물가 폭등이 예상된다. 국내 전문가들은 환율이 1% 오를때마다 수입 원자재 가격 인상과 그에 따른 파장으로 인해 소비자물가가 0.12%포인트씩 오른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환율상승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휘발유가격이 단계적으로 인상, 내년초에는 ℓ당 1천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유가와 관련성이 높은 부문을 중심으로 한 물가 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내년엔 이같은 물가 급등이 저성장과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현상을 보일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어 국민 경제에 상당한 혼란이 예상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내년 물가가 급등 일로를 달릴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현재 우리 경제에 잠재한 물가 안정요인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IMF가 물가 안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데다, 내년엔 총통화 증가율 하락과 경기 침체로 인한 총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도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수지/수출서 경쟁력 회복/적자규모 큰폭 줄듯 내년 거시지표중 가장 낙관적으로 예측되는 부문이 국제수지이다. 경기 냉각으로 수입이 급감하고 무역외수지 적자의 주된 요인이 됐던 해외여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부문에서 가격경쟁력이 회복, 경상수지 적자는 올해보다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무역외수지는 여행수지 개선뿐 아니라 해외건설 수주 급증, IMF 자금 도입으로 인한 외채 원리금 상환 부담 경감 등에 힘입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국내 연구기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IMF의 지원조건중 국내총생산(GDP)의 1%까지 경상수지 적자규모를 축소하라는 항목은 달성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대우경제연구소는 구조조정이 원만하게 추진된다고 가정하면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내년 70억달러로 대폭 감소, 2000년까진 만성적인 적자기조였던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부에선 우리의 구조조정 노력 여하에 따라서 경상수지가 균형상태에 도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금리/자금시장 경색가중/18%이상 유지예상 이미 자금시장 경색으로 금리가 17%대에 달했으나 향후 IMF의 긴축 요구에 따라 총통화 증가율을 10%까지 떨어뜨릴 경우 자금시장 경색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게다가 향후 부실 종금사 정리를 비롯한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규제 강화로 금융권이 기업에 대한 대출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금리는 한단계 뛰어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은 내년 시중 금리가 18% 이상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향후 기업 신용도 차이에 따라 자금시장이 뚜렷히 양극화될 것으로 보여 부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금난 및 이로 인한 연쇄부도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IMF는 금리가 현재보다 높아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무분별한 과잉투자를 억제하기 위해선 고금리로 인한 고통은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율/당분간 불안한 양상/단기진정 기대 난망 IMF 구제금융 지원으로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과 같은 급등세를 보일 가능성은 줄었으나 당분간은 불안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멕시코나 태국, 인도네시아의 경우도 IMF 구제금융 실시 이후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환율 진정은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도 내년 상반기까지 유출될 수 있는 외화가 4백억달러를 넘어서는 규모여서 구제금융이 지원되도 환율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연초중 IMF 자금과 미국, 일본의 지원자금이 유입, 외화보유액이 어느정도 확충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멕시코와 태국 등도 IMF자금지원을 받은 후 3개월가량이 경과한 이후에 외환시장이 안정된 점을 감안,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해외금융기관으로부터의 안정적인 자금 유입으로 우리나라 외환시장도 점차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내년 실업자 80∼90만 사회적 파장 커질듯 IMF의 지원조건 이행에 따른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대두된 것이 바로 고용 불안과 그로 인한 대량 실업 발생이다. 내년 성장률이 불가피하게 2.5∼3%선의 저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기업 및 금융계의 구조조정에 따른 감량경영추세로 실업자수는 올해 50만∼60만명에서 내년엔 80만∼90만명선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이미 삼성, 현대, 대우, 한라 등 재벌그룹들이 대규모 감량경영책을 발표했으며 나머지 대다수 기업들도 조만간 뒤따라 인력감축을 시행할 전망이다. 대우와 삼성 등 대기업의 부설연구소들은 내년 실업률이 4∼5%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으며 금융연구원은 실업자수가 1백2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대연은 위장실업과 잠재실업을 고려한 실업자수가 1백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근로자들이 이같은 실업 한파를 견뎌낼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지금까지 기업의 인력축소는 명예퇴직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앞으로는 감량경영을 내세운 기업들이 곧바로 근로자를 해고할 우려가 크다. 만일 IMF의 요구로 정리해고제가 도입된다면 실업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게다가 실업을 가급적 줄이기 위한 임금 동결이 불가피한 만큼 근로자들에게는 내년이 어느때보다 힘든 한해가 될 전망이다. ◎부동산/토지시장 최악 침체/집값도 하락 못면해 이번 경기 침체로 우리 경제는 주식 가격뿐 아니라 부동산가격까지 동반하락하는 「자산디플레이션(복합불황)」시대를 맞이했다. 이미 IMF가 2%대 성장을 요구한 이후 기업들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크게 위축됐고 기업의 투자의욕 상실로 부동산시장은 얼어붙은 상태이다. 토지시장에선 특히 최악의 침체가 예상된다. 상당 기업들의 보유 부동산과 금융권의 담보 부동산이 쏟아져나옴으로써 공급과잉이 불가피한데 매수자금은 턱없이 모자라 거래도 끊기고 가격도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주택시장도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나 집값 하락폭은 그다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불황에도 주택을 구입하려는 실수요자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IMF 구제금융 지원발표 이후 아파트값 변동폭은 0.06% 하락세에 그쳤다. 그러나 이같은 낮은 하락폭은 이사철이 끝나면서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으므로 집값 추이는 적어도 내년 2월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정(세금)/국민 세부담 많아져/부가세 11%로 인상 IMF가 재정 흑자를 요구, 저성장에 따른 세입부족을 상쇄하기 위해 부가가치세를 올해 10%에서 내년에 11%로 인상키로함에 따라 모든 상품과 서비스 구입에 대해 지불해야 할 가격은 조금씩 높아지게 된다. 결국 국민들의 세금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또 직접세에 대해서도 세금 감면대상이나 감면폭이 확대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편 IMF요구에 따라 내년 정부의 세수도 7조5천억원가량 줄어든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5%에 해당되는 규모로, 예산규모는 당초보다 3조∼4조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물론 예산삭감규모는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얼마나 재정지원을 할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정부는 세출항목을 조정하고 내핍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우선 공무원 봉급 동결과 정부조직 축소개편에 대한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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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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