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마저 불안하다
1분기 교역지수 3.2%하락 88년來 최악 채산성 악화·물가상승등 경제전반 파장 우려
경제운용 빨간불
하반기 물가 더오를듯
수출편중 심화… 불안 가중
내수 및 투자 부진에도 불구, 올 상반기에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수출마저 하반기 이후에 크게 둔화되고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경제 전반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원유와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올 1ㆍ4 분기 교역 조건이 사상 최악을 기록함에 따라 물가가 오르고 수출업체 채산성 및 무역수지가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무역지수 및 교역 조건 동향’에 따르면 올 1ㆍ4분기 순상품 교역지수는 지난해 4ㆍ4분기보다 3.2% 하락한 86.8을 기록, 통계작성기준이 바뀐 지난 88년 이후 사상 최저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순상품 교역지수는 1단위 수출 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을 나타내며 2000년 실적을 100으로 놓고 환산한 것이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우리 경제가 위기에 빠지거나 저성장에 시달린 97년과 2001년을 살펴보면 교역조건 급속 악화라는 공통점이 나온다”라며 “교역조건이 경제상황을 예고하는 중요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에 또렷한 빨간불이 켜진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역조건 악화는 수출 물량이 증가하더라도 실제 벌어들이는 돈은 감소한다는 뜻으로 향후 우리 경제에 심각한 경기 하강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보다 5.3% 성장했지만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4.6% 증가에 머문 것도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무역손실 규모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수출 총액으로 사들일 수 있는 수입총량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가 134.1로 1ㆍ4분기 기준으로 8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전월의 141.3에 비해서는 5.1% 떨어졌다.
수출의 부가가치도 하락하고 있다. 올 1월 91.1을 기록했던 수출 단가 지수는 2월 89.3, 3월에는 88.9로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수출 물량 역시 전기 대비 2.0% 감소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은 “교역조건 악화는 수출 업체들의 채산성 악화뿐 아니라 내수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며 “2분기에는 상황이 더욱 안 좋아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입력시간 : 2004-05-23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