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세영회장 자서전 발간

정세영회장 자서전 발간 "키우는데 32년 떠나는데 3일" "'몽구가 장자인데 몽구에게 자동차 회사를 넘겨주는 게 잘못됐어?'라는 큰 형님의 목소리가 사흘 내내 머리 속을 맴돌았다. 큰 형님은 이 같은 뜻을 오래 전부터 간직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정도 마음이 가라앉고 정리가 되자 큰 형님의 속뜻을 헤아리지 못한 내가 오히려 송구스러웠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산 역사인 '포니 정'정세영(鄭世永)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자서전 '미래는 만드는 것이다'에서 지난 98년 3월 큰 형인 '왕회장'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현대자동차를 그만두라는 지시에 따라 32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날 때의 심정을 이렇게 적고 있다. 이번 자서전은 鄭명예회장이 수십년간 써온 일기를 바탕으로 쓰여졌는데 당초 98년 출간될 예정이었지만 현대산업개발로의 분가, 암과의 투병 등으로 출간이 미뤄져 온 것이다. 자서전에서 鄭명예회장은 포니에서부터 그랜저까지 눈부시게 성장한 현대자동차의 역사와 최고경영자로서 겪었던 애환, 왕회장과의 관계를 비롯한 가족이야기, 현대그룹회장으로서 감내해야 했던 노태우(盧泰愚)ㆍ김영삼(金泳三ㆍYS) 정부와의 갈등 등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그는 "현대산업개발로 옮길 때 형님에게 기업 인수ㆍ합병에 대비할 수 있도록 약간의 보너스를 달라고 요구, 형님도 쾌히 승낙했으나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왕회장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또 鄭명예회장은 조카이자 鄭씨 일가의 장자인 정몽구(鄭夢九ㆍMK) 현대자동차 회장의 사업과 관련해 왕회장과 몇차례 마찰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우선 74년 MK가 현대자동차써비스를 설립할 당시 왕회장으로부터 애프터서비스부문을 몽구에게 넘겨주라는 말을 듣고 독립된 서비스회사를 갖는 자동차 회사는 어디에도 없다고 반발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고 鄭명예회장은 설명했다. 또 지난 정권과 현대와의 껄끄러운 관계도 솔직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는 노태우 정권시절 청와대 공사를 하면서 잦은 설계 변경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두 배가 넘는 450억여원이 공사비로 투입됐지만 청와대측이 추가 공사비를 포기하라고 압력을 가해와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 정권차원에서 '현대 죽이기'가 한창이던 94년 3월엔 YS의 가까운 친구가 찾아와 "정주영 회장이 완전 퇴진하면 현대의 18가지 현안을 바로 해제시켜 주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며 경제계 원로를 '현안'쯤으로 치부하는 정부의 시각에 매우 불쾌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는 "포니에서 내렸지만 기사(騎士)가 바뀌어 이제껏 미처 보지 못했던 오류와 잘못을 고친다면 현대자동차는 더욱 훌륭한 준마로 커나갈 것"이라며 한국경제에 대해서도 "해이해진 근로정신을 되살리고 정도경영을 실천할 때 우리 경제의 선진화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서전 출판기념회는 23일 오후6시30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다. 이학인기자 입력시간 2000/11/21 18:02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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