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9일] 국가신용등급보다 중요한 것

이제는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이명박 정부에 대해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꺼번에 싸잡아 ‘친북 좌파’라고 매도해버릴 수 없을 만큼 각양각색의 시민들이 연일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탓이다. 재협상을 주장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 5일 “국제적 신인도보다 국민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국제신용등급 평가사들이 매기는 국가신인도가 결코 100% 믿을 만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옳다. 대표적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ㆍ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은 세계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 만큼 완벽한 신용등급 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 무디스는 최근 한 파생상품의 신용등급을 잘못 매겼다가 이를 감춰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았다. 신용평가사들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게 하루이틀 일도 아니다. 무디스와 S&P는 2001년 회계부정으로 파산한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에 파산 나흘 전까지도 ‘투자 적격’ 등급을 매겼었다. 정부는 일개 기업이 아니다. 완전하지도 않은 외국 신용평가사의 평가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아무리 신용평가사의 영향력이 크다지만 경제적 신용 상승은 결국 정치ㆍ사회적 안정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국가 신용등급 때문에 민심을 추스르지 못한다면 내부의 안정을 기대하기 힘들다. 재협상으로 미국과의 갈등이 생긴다 해도 앞으로 5년간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정부가 되는 것보다 최악의 사태는 아니다. 민심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겨야 할 정치인들이 이제 와서 ‘국민의 신뢰’ 운운하는 것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제대로 방향을 찾았다는 사실만은 칭찬할 만하다. 국민이 정부를 믿고 나랏일을 맡겨주지 않는 이상, 권력을 손에 쥐어주지 않는 이상 정부는 허수아비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지가 아니라 냉소를 자아내는 정부가 경제를 살려낼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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