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주의 작은 도시 데이턴에 세계의 눈길이 쏠렸다. 학생들에게 진화론을 가르친 고교 교사의 재판 때문이다. 과학과 종교, 진화론과 창조론을 둘러싼 1925년 7월의 ‘원숭이 재판’ 소식을 전하기 위해 기자들이 몰려들고 대서양 해저전신의 사용이 두 배나 늘어났다.
피고는 생물교사 겸 축구 코치였던 존 토머스 스콥스(당시 24세). ‘공립학교에서는 인간을 원숭이의 후손이라고 가르칠 수 없다’는 버틀리법이 1925년 3월 마련되자 대놓고 다윈의 진화론을 가르쳐 주 경찰에 체포됐다.
재판은 곧 전국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초특급 변호사들이 스콥스의 변론을 자처하고 검찰 측에도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세 차례나 지냈으며 국무장관을 역임한 제닝스 브라이언이 따라붙었다. 에어컨도 없던 시절, 방청객이 너무 많이 몰려 찜통이 된 법정을 야외로 옮기기도 했던 재판의 하이라이트는 성서 논란. 이브가 아담의 갈비뼈에서 나왔는지, 뱀이 이브를 유혹하는 게 가능한지, 카인은 어떻게 아내를 얻었는지를 따졌다.
‘고집과 무지가 교육을 무너뜨린다’는 피고 측 변호인단과 ‘성서는 단 한 글자도 틀림이 없다’던 검찰이 맞선 결과는 원고인 테네시주의 승리. 배심원단은 7월21일 피고에게 최저형인 100달러 벌금형을 내렸다. 기독교 근본주의는 판결에서는 이겼지만 재판 과정의 보도를 통해 전국적인 비웃음을 샀다. 테네시주는 스콥스를 방면함으로써 논쟁의 파급을 막았다.
‘원숭이 재판’ 이후 근본주의는 미국에서 힘을 잃었으나 1980년대에 되살아났다. 레이거노믹스와 신자유주의에는 근본주의가 깔려 있다. 아들 부시 대통령 시절 전성기를 누렸던 신자유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는 글로벌 경제침체와 함께 사라지고 있지만 예외인 곳이 있다. 바로 한국이다. 원숭이가 웃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