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뮤지컬 '갬블러' 보스역 허준호

"초연때 절망감 줬지만 날 다시 살린 작품이죠"


배우에게 작품은 천형(天刑)이다. 좋건 싫건 작품은 배우로 기억되기 마련. 연극 ‘빨간 피터의 고백’은 고(故) 추송웅을, 연극 ‘벽속의 요정’은 김성녀를 떠오르게 한다. 양희경이 출연하지 않는 연극 ‘늙은 창녀의 노래’는 상상이 안 되며 박정자가 빠진 연극 ‘19 그리고 80’은 허전함을 지울 수 없다. 뮤지컬 ‘갬블러’의 허준호 역시 그렇다. 순진한 갬블러를 꼬드겨 도박에 빠지게 하는 냉혹한 카지노 보스 역에는 그만한 적임자가 없는 듯하다. 그는 1999년 초연, 2002년 재공연, 2005년 3차 공연에 이어 오는 7월 LG아트센터에서 4차 공연하는 ‘갬블러’에서도 같은 역을 맡는다. “‘갬블러’는 저를 다시 살려준 작품이에요.” 그는 뜻밖의 말로 운을 뗐다. 잘 나가던 TV스타에게 절망감을 안겨준 뮤지컬이 ‘갬블러’ 아니던가. 1999년 초연은 예상과 달리 흥행에 실패했다. “힘들었죠. 다신 뮤지컬 못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란다. “당시 공연에 대한 평가를 인정 못 하겠더라고요. 오기가 생겼죠.” 절치부심하던 그에게 3년 뒤 기회가 왔다. ‘갬블러’의 일본 13개 도시 투어가 결정된 것. “드라마 제의를 포기하고 무대에 올랐죠. 그 때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같은 공연이었는데 1999년과는 반응이 너무 달랐어요. 냉정하기로 소문난 일본의 VIP 관객들에게 극찬을 받았으니까요.” 평균 객석 점유율 94%를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한 이 공연은 한 달 뒤 서울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올랐다. 결과는 대성공. 당시 떠오른 생각이 ‘조급한 마음을 버려라였다’고 한다. 지난해 그는 작고한 아버지의 이름을 딴 ‘장강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뒤 뮤지컬 ‘해어화’를 선보였다. 제작비 35억 원을 들인 대작이었다. 가진 돈 대부분을 제작비에 쏟아 부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평균 유료 객석은 20%에도 못 미치며 큰 손해를 봤다. “멀리 내다볼 거에요. ‘해어화’는 ‘갬블러’처럼 해외로 나가서 승부를 볼 생각입니다. 중국, 미국 공연을 협의 중이에요.” 뮤지컬 ‘갬블러’에서 카지노 보스는 남의 생각과 행동을 간파하는 천리안을 지녔다. 현실에서 카지노 보스의 능력을 보여줄 지 ‘해어화’의 해외 진출에 관심이 쏠린다.

관련기사



강동효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