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위안화 절상의 좋은 기회를 맞았습니다. 위안화 절상은 미ㆍ중간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고 중국 경제를 연착륙 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위안화 절상은 중국경제의 체질을 강하게 만들 것으로 확신합니다.” 베이징(北京)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중국 사회과학원 회의실에서 만난 위용딩(余永定)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소장은 두 손을 휘저어 가며 ‘위안화 절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평소 그의 소신이긴 하지만 요즘 위안화 절상을 둘러싸고 미ㆍ중간 팽팽한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보다는 미국 주장을 듣는듯 해 다소 뜻밖이었다. 그는 이어 “중국은 향후 20년간은 연평균 8%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내고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9~10%선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지난해 10%가 넘는 고성장의 여파로 추가 금리인상이 조만간 단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위 소장은 부동산시장과 증시 전망에 대한 질문에는 “중국은 한국과 달리 부동산 거품 해소에 성공할 것이고, 중국 증시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사상최대의 무역흑자를 기록했고, 외환보유고도 1조달러나 됩니다. 미국 등의 위안화 절상압박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데요, 중국 외환당국이 위안화의 대폭적인 절상을 용인할까요. ▦위안화는 가치절상 여지가 충분합니다. 따라서 위안화 절상은 당연한 것이고, 언제 얼마나 절상될 지가 문제입니다. 그러나 절상이 몇 개월 뒤일지, 1년 후일지, 2년 또는 3년 뒤에 단행될지는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위안화 절상에 대해서 과거 대만의 경우를 들어 당위성을 설명하고 싶습니다. 대만에서는 지난 86~88년 3년간 무려 30%에 달하는 화폐가치 절상이 있었지요. 당시 대만 사람들은 화폐가치 절상에 따른 후유증을 크게 걱정했습니다. 수출이 격감하고 실업이 크게 늘어 허다한 기업들이 도산할 것이라는 우려였지요. 그러나 막상 30%의 화폐절상 이후 대만경제는 오히려 강해졌습니다. 중국도 위안화 절상에 대해서 지나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10%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지금이 위안화 절상의 호기입니다. 절상으로 인해 수출이 감소해 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고용이 감소해 경제성장률이 1~2%포인트 둔화되더라도 성장률 8~9%는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 과열경기를 가라앉혀야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위안화 절상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묘수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본의 경우는 대만과 달리 엔화 절상으로 고통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일본 역시 플라자합의를 통해 대폭적인 화폐절상을 단행했지요. 그런데 이후 일본 경제 상황이 나빠졌습니다. 엔화 절상의 후유증이라는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지요. 하지만 일본의 10년에 걸친 장기불황은 거품경제에 따른 결과지, 엔화 절상과는 관련이 없어요. 오히려 일본 경제가 장기불황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화폐가치 절상 이후 기업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경쟁력을 높인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외환보유고의 적절한 관리방안은 무엇입니까. ▦1조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현재 경제실력에 비해 너무 많아요. 넘치는 달러 보유를 덜어내는 일이 난제입니다. 중국 외환당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외환보유고의 투자자산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달러화 보유비율을 줄이고, 그 대신 유로화와 일본 엔화, 한국 원화 등의 비중을 높이려는 노력도 병행해왔지요.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 외환당국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외환보유고 관리의 관건은 어떻게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가인데, 정부는 이 같은 관점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중국의 경제실력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10년, 20년 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중국은 초고속 성장을 이어갈 겁니다. 이 기간 최소한 연평균 8%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20년 뒤에는 중국과 미국의 격차도 현격하게 줄어들겠지요.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진정한 선진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GDP 총액으로는 미국, 일본과 격차를 줄일 수 있겠지만, 1인당 GDP 수준에서까지 거리를 좁히는 것은 요원하게 느껴집니다. -중국은 지난해 10%가 넘는 고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얼마나 될 것으로 예상됩니까. ▦올해도 중국의 GDP성장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지난해 만큼 그렇게 높지는 않을 것 같아요. 현재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 속도조절을 시작했고, 이에 따라 올해 투자증가 속도가 현저하게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지요. 아울러 국제교역에서 수입의 증가속도도 낮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올해 GDP성장률은 9~10%에서 움직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중국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지급준비율을 세 차례나 올렸습니다. 추가적인 긴축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까. ▦금리 인상이 조만간 단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0%를 넘어섰는데, 이는 대단히 높은 수준입니다. 거시경제 정책의 목표를 기준으로 말하면 GDP 성장률이 10%를 넘으면 과열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역사적인 경험에서 보면 경제성장률이 10%를 넘어서면 늘 위험이 있었지요. 특히 지금으로서는 중국의 투자증가속도가 이미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계속해서 예금준비율과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긴축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까요. ▦중국경제는 미묘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 불허입니다. 특히 최근 공장신설 건수가 감소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는 거시경제 측면에서 보면 대단히 중요한 거예요. 거시조정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지요. 다만 만약 여기서 더 투자가 위축되면 경제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다음 정책을 준비해야 합니다. -올해 중국 통화당국의 중점사항은 무엇입니까. ▦통화팽창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통화팽창률이 5%를 넘으면 대단히 위험해요. 물가에 대한 신뢰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 상황이 되면 어떤 정책도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런데 최근 원재료 가격이 끊임없이 오르고 있는게 큰 부담입니다. 다른 공산품과 농산품의 연쇄적인 물가상승을 유발하고 있어요. 원재료 가격 상승은 아직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추세로 굳어지면 임금 등을 비롯한 생산비 부담을 가중시켜 기업들의 이윤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거품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요. ▦중국 전체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과열상황이 심각합니다. 일부 관료와 기업가, 부동산 업자들이 불법ㆍ편법 행위를 일삼으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잔뜩 부추긴데다 위안화 절상을 기대하는 국외 자본이 부동산시장에 유입되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지요. 그러나 집값은 저가아파트, 임대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 한국의 부동산 과열에 따른 후유증이 중국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어요. -지난해 중국의 증권시장은 사상 최고치 기록을 이어갔습니다. 올해는 어떨까요. ▦중국 증시는 앞으로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증시시스템 전반에 걸쳐 성공적인 개혁이 진행 중이고, 그 결과 투자자들의 증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 미국ㆍ한국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중국 역시 시중유동성 과잉 상태입니다. 넘치는 유동성이 주가지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합니다. -한국과 중국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과 중국은 무역측면에서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큽니다. 미ㆍ중 FTA가 체결되면 양국관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중국은 당연히 한국과의 FTA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지요. 그러나 한국의 농업문제와 노동조합문제가 걱정입니다. 한국이 농민ㆍ노조문제만 원만하게 해결한다면 한ㆍ중 FTA의 체결은 곧바로 실현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중국은 최근 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경제정책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십니까. ▦과거 덩샤오핑(鄧小平)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효율이 평등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요. 당시로서는 합당한 구호였습니다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빈부격차, 노동격차 등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중국경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조화로운 사회 건설’이라는 구호입니다. 앞으로 중국 경제정책은 환경문제, 소득격차 문제, 실업문제 등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위용딩은 누구] 대표적 위안화 절상론자…전세계 언론서 주목받아 위용딩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장은 중국 내 대표적 위안화 절상론자로 할 말은 하는 소신파 경제학자로 통한다. 지난 2004년부터 중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인민은행의 화폐정책위원회에서 유일한 경제학자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중앙정부의 환율정책이 '점진적인 절상' 쪽으로 기운 상황에서도 위안화 절상 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위 소장은 "중국의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는 자원배분 측면에서 심각한 오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외환당국이 환율 절상을 용인해야 한다"는 위안화 절상에 대한 지론을 펴고 있다. 평소 그의 언행을 주시했던 몇몇 외신들은 지난해 7월 그가 임기만료로 화폐정책위원을 사임하게 됐을 때 중국의 위안화 정책 방향이 '완만한 속도조절'로 가닥을 잡은 신호로 해석하기도 했다. ▦48년 산둥성 타이산(台山) 출생 ▦79년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연구원 ▦86년 서방경제이론연구실 주임 ▦94년 영국 옥스포드 대학 박사 ▦98년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소장 ▦2000년 중국 세계경제학회 회장 ▦2004~2006년 7월 중국 인민은행 화폐정책위원회 위원 ▦주요저서: 서방경제학(97년), 내가 보는 세계경제(2003년), 한 학자의 사상궤적(200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