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

파이낸셜타임스 2월23일자

과거 냉전시대에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아프리카를 둘러싼 중국과 소련의 대립이었다. 공산권의 두 거인은 아프리카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앙골라ㆍ짐바브웨 등지에서 서로 충돌했다. 냉전은 끝났지만 중국은 다시 아프리카에 돌아왔다. 하지만 중국이 이번에 아프리카에 진출한 목적은 지칠줄 모르는 개발욕구 때문이다. 경제의 고도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자원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국은 아프리카에 초점을 맞추고 석유 및 주요 자원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은 서구 기업들이 적대감 때문에 접근을 꺼리는 지역에도 다수의 국영기업을 보내 자원을 탐사하고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중동에서 벗어나 석유 공급원을 다변화하기를 원한다. 현재 중국은 전체 원유 수입량 중 4분의1에서 3분의1가량을 아프리카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사하라 남부 최대 석유 생산국인 나이지리아와 앙골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으며 차드ㆍ가봉ㆍ적도기니 등에도 서서히 진출하고 있다. 냉전시대 서구국가들처럼 중국은 아프리카 독재자들을 거만하게 대하지 않는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거부권을 이용해 다르푸르 학살과 관련한 수단에 대한 재제를 저지했고 수단에 무기판매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소프트 파워’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과거 아프리카의 식민지 지배자들처럼 원조와 교육, 기술 등을 제공하고 평화유지 및 선거감시 활동도 수행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중국은 다른 나라의 건설업자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도로나 교량을 건설하고 있고 중국과의 무역이 급증하면서 아프리카 주민들은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일들은 아프리카 정치ㆍ경제의 투명성과 책임감을 높이려는 아프리카연합 및 서구의 노력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다. 중국은 앙골라에 진출하면서 원유를 담보로 2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했고 부패한 앙골라 정권은 정치개혁 등을 요구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차관을 거절할 수 있었다. 자원에 굶주린 중국이 앙골라의 석유, 잠비아의 구리에 투자하는 것은 도로 및 학교가 필요한 이들 국가 입장에서는 일종의 축복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지도자들이 이를 계기로 정치 및 경제 개혁이라는 어려운 선택을 외면할 경우 재앙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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