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인 기업인들이 올 들어 직원들 임금을 지불하지 않은 채 공장 문을 닫고 몰래 도주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5일 자카르타 법률구조공단(LBH)에 따르면 자카르타 인근 공단지역인 보고르와 탕그랑, 버카시 소재 8개 공장이 금년 상반기 직원들 몰래 폐업했으며 이중 6개 업체가 한국인 투자 기업인 것으로 집계됐다.
자카르타 포스트를 비롯한 현지 언론은 5일 외국인 투자 기업들이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이 갑자기 작업장을 폐쇄해 노동자 수 천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은 물론, 수 개월분의 급여와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LBH의 리타 올리비아 노무 담당관은 외국인 업주들은 자본만 투자했을 뿐 건물과 부지, 시설, 기계 등을 모두 임대해 공장을 운영했기 때문에 급여와 퇴직금 등을 떼어먹고 쉽게 폐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대표들은 정부가 노동자 보호에 실패하고 외국인 투자자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데 대해 정부를 집중 성토하고 있다.
자카르타ㆍ보고르ㆍ탕그랑ㆍ버카시 노동자연맹(SBJ)의 스트요노 위원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정부의 세금우대를 비롯한 각종 혜택을 받아 돈을 번 뒤 사업환경이 불리하면 본국으로 도주한다"고 성토했다.
노동계와 LBH는 외국인들의 불법 폐업과 관련해 그 동안 투자조정청(BKPM)과 노동부, 경찰, 한국대사관 등에 신고했으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한국인 업주들은 인도네시아 최저임금이 최근 수년간 급증해 인근 국가에 비해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생산성마저 떨어지면서 경영난이 악화돼 불가피하게 폐업을 선택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자카르타=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