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한발 앞당겨
北 '核 불능화'-중유 100만톤 지원6자회담 공동합의문 채택…대북 비용은 5개국 균등 분담
베이징=안길수 기자 coolas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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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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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9ㆍ19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17개월 만에 핵 폐기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합의문서가 도출됐다. 6자 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이 핵시설을 영구히 폐쇄하는 핵 불능화(disablement) 조치와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complete declaration)를 취할 경우 연간 중유 100만톤으로 환산되는 에너지와 인도적 지원(식량ㆍ비료ㆍ의약품 등)을 제공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또 핵 불능화 이전단계로 초기이행조치 60일 안에 플루토늄 및 재처리 시설을 포함, 현존하는 모든 핵시설 등을 폐쇄ㆍ봉인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복귀를 수용하면 참가국들이 중유 5만톤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합의는 비핵화를 위한 원칙과 틀을 천명한 9ㆍ19공동성명과는 달리 '행동 대 행동'의 실천 계획에 합의함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를 한발 앞당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리 정부는 1단계 핵 폐쇄ㆍ봉인 조치 후 제공하는 중유 5만톤(1,500만달러)을 나머지 참가국들에 앞서 제공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합의문서에는 북한이 60일 이내에 핵 시설을 폐쇄ㆍ봉쇄할 경우 중유 5만톤의 에너지를 우선 지원하고 다음 단계인 불능화 조치까지 이행하면 나머지 중유 95만톤이 제공되는 '5+95' 방식이 적용됐다. 남북한과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일본 등 6자 회담 참가국들은 13일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이 같은 내용의 '9ㆍ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 합의문을 채택하고 회담을 마쳤다.
참가국들은 구체적인 실무 협의를 위해 ▦한반도 비핵화 ▦미북관계 정상화 ▦북일 관계 정상화 ▦경제ㆍ에너지 협력 ▦동북아 평화 안보체제 등 5개 워킹그룹을 구성, 30일 이내에 첫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들 워킹그룹은 각각의 작업 진행과 관련, 다른 워킹그룹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규정했다.
각국은 또 초기조치가 이행되는 대로 동북아 안보 협력 증진을 위해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고 차기 회담인 제6차 6자 회담을 3월19일에 열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또 이번 합의에서 60일 이내에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를 논의하기로 명시했다. 북한과 일본도 평양선언에 따라 양국관계 정상화를 취해나가기 위해 양자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대북 지원의 분담 비율과 관련, 일본을 제외한 4개국은 균등부담을 의미하는 '평등과 형평의 원칙'에 따라 부담하기로 적시했다. 일본은 그러나 자국의 우려사항(납치문제)이 다뤄지는 대로 동일한 원칙에 따라 비용분담에 참여하기로 했다.
스페인을 국빈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베이징 6자 회담 타결과 관련, "이번에 합의된 사항들의 신속하고 원만한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즉각 시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한국시간) 마드리드 현지에서 6자 회담 타결 상황을 보고받은 후 "정부는 앞으로 북핵 폐기과정이 가속화되고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이 가시화될 수 있도록 계속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베이징 현지에서 우리가 중심적 위치에서 좋은 협상의 결과를 나올 수 있도록, 관련국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중심적 역할을 한 대표단의 노고를 치하한다"고 격려했다.
(왼쪽부터)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 賢一郞)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 등 북핵 6자 회담 수석대표들이 13일 오후 회담장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손을 맞잡고 협상타결을 자축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입력시간 : 2007/02/13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