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경제구조 영향, 연일 내리막한동안 강세를 보였던 엔화가 재차 약세 국면으로 진입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달 들어 지난 1일 달러 당 119.19엔까지 올랐던 엔화는 최근 123엔대 중반으로 밀려났다. 또한 유로화에 대해서도 지난 1일 유로 당 101.09엔까지 가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106엔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오카와 마사주로 재무성 장관은 19일 아직 특별한 코멘트를 할 단계는 아니지만 현재의 엔화 움직임은 꽤 큰 편이며 자신도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 최근의 엔화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최근의 약세 흐름은 구조적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 달러 당 123엔선을 넘어선 직접적인 이유를 일본 정부의 경제전망 하향조정과 일본은행(BOJ)의 6월 경기판단 하향조정에서 찾고 있다.
지난 14일 다케나가 헤이조 경제재정성 장관이 6월 경제보고를 통해 "경기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며 5개월 연속 경제전망을 하향조정하자 121엔대 초반을 기록하던 엔화는 다음날 123엔으로 곤두박질쳤다. 또 일본은행이 6월 경기판단을 하향조정하자 123.31엔으로 재차 밀렸다.
그러나 이 같은 직접적인 요인 외에 엔화가 보름 이상 지속적으로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일본경제 전체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일본의 민간수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정체상태를 나타내고 있고 설비투자 역시 한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는 기업의 생산 감소 및 재고 증가로 이어져 일본 정부는 앞으로 2~3년간 국내총생산(GDP)의 실질 성장률을 0.5%로 묶는, 일명 제로 성장을 용인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힌 상태다. 한마디로 최근의 엔화 약세는 반짝이 아닌 구조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
◇엔화 약세 당분간 지속될 듯
국제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일본의 경기침체 우려로 앞으로 1개월 내 엔화가 125엔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점치면서도 그 이상 낙폭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 경제가 예상 이상으로 나빠지고 있고 미국 경제 역시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엔화만 약세 기조를 유지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럽시장에서 이탈한 국제자금의 일본 유입세가 주춤해지고 있는데다 고이즈미 정권의 개혁에 대한 신뢰감 퇴색, S&P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압력 등으로 엔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