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만금사업 1심 판결 의미와 전망

'절충형' 판결에 재판부 고민 담겨…'환경생태·경제적 부작용' 지적<br>당사자간 합의 실패땐 지리한 법적공방 불가피

서울행정법원이 4일 `새만금 소송'에서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방조제 공사에 대해 별도의 집행정지 결정을 하지 않은 것은대규모 국책사업의 환경생태적ㆍ경제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양측이 다시 협의할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의 의견이 비중있게 반영된 재판부의 조정권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아판결을 선고할 수 밖에 없게 됐지만 농림부장관에게 새만금 사업을 재고(再考)하고친환경적 사업으로 변경하도록 권고한 판결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농림부측이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업을 강행하거나 환경문제를 충분히 해소하지 않은 사업변경안을 내놓을 경우 환경단체나 지역주민에 의해`제2의 새만금 행정소송'이 제기되는 등 지루한 법적 공방이 재연될 수 있어 농림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1심 선고 배경은= 재판부의 원고승소 판단 이유는 농림부 장관이 인가한 새만금 유역 공유수면(公有水面) 매립면허를 취소 또는 변경해야 할 중대한 환경적ㆍ생태적ㆍ경제적 사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공유수면매립법 32조에 따르면 매립공사가 준공되기 전에 예상하지 못한 사정변경이 발생해 공익상 특히 필요한 경우 농림부장관은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취소하거나 변경해야 한다. 새만금의 경우 ▲당초 계획과 달리 간척지의 농지조성 목적이 유지되기 어려워보이고 ▲당초 예상과 달리 수질관리가 어려워 보이며 ▲정부조치계획상 개발이 유보된 만경수역에는 수익은 없이 수질관리 비용만 들어가 경제성이 떨어지고 ▲갯벌가치가 점차 커지는 점 등은 모두 공유수면매립법 32조의 `예상하지 못한 중대한 사유 발생'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새만금 사업 자체를 무산시킬 뿐 아니라 갯벌을 포함한 환경생태계를 파괴할 만큼 `중대한 사정변경'일 뿐 아니라 `공유수면을환경친화적으로 매립해 합리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공유수면매립법 1조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다시 말해 새만금 사업을 현재 안(案) 대로 강행할 경우 지역 주민을 포함한 국민에게 미치는 환경적ㆍ생태적ㆍ경제적 위험성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중대하고 급박해 농림부의 공유수면 매립면허 취소나 변경 등 행정권 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것이다. ◆양측 입장 고려한 `절충형' 판결= 재판부는 이처럼 원고측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현재 미공사 구간을 2.7㎞ 남긴 채 올 12월 공사재개 예정인 방조제 공사에 대해서는 별도의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현재 방조제는 보강공사만 진행하고 있어서 당장 1심 선고와 함께 방조제 공사를 중단시킬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원고측이 이기고도 실익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원고측은 필요할 경우 항소심에서 방조제 공사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내거나 별도의 민사상 방조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낼 수 있어 `실익이 없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피고측도 본안에서 패소하긴 했지만 항소하면 1심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1심에서는 패소했다'고는 할 수 있어도 `새만금 사업이 전면 취소됐다'거나 `농림부가 완전 패소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원고든 피고든 패소한 쪽이 항소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재판부로서는 본안판결에서 환경의 중요성과 경제적 타당성, 생태 문제 등을 충분히 반영하되 실질적인파급효과를 줄이기 위해 급박한 조치(집행정지)는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장 판결이 법적 효력을 발휘하지는 않겠지만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을 제기함으로써 양측이 이 문제를 염두에 두고 대화와 타협에 나서도록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가 이날 판결 선고에 앞서 "재판부가 심혈을 기울인 조정권고안이 피고측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지만 재판부는 여전히 이 사건은 양측이 머리를맞대고 합리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도 그같은 고민의 일단을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법적공방ㆍ논란 재연 우려= 1심 판결에 대한 농림부의 선택 방안은 크게 보면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1심 판결을 받아들일 경우 새만금 사업계획을 변경하거나 새만금 사업을 취소할수 있고 1심 판결에 불복할 경우 항소한 채 사업을 강행할 수 있다. 첫번째 방안을 선택할 경우 농림부장관은 재판부가 지적한 환경적ㆍ생태적ㆍ경제적 문제를 해소한 새로운 사업계획안을 내놓고 그에 따른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다시 받아야 한다. 1심에서 취소를 명한 기존의 공유수면 매립면허는 취소되지만 사업계획을 변경한 새로운 공유수면 매립면허가 나와 새만금 사업 자체는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변경된 사업계획안이 기존의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할 경우환경단체측이 또다시 문제를 삼으면 `제2의 새만금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 2년 10개월간 지루한 법적 공방을 벌여야 했?새만금 소송이 `내용만 조금 바뀌어서' 처음부터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두번째 방안은 선택 가능성이 가장 적어 보인다. 이미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사업을 취소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고 지역주민들도 1심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선택이 불가능한 방안이다. 세번째, 즉 항소하고 사업을 강행하는 방안은 법적인 `정면돌파' 수순이긴 하지만 농림부가 항소심에서도 패소할 경우 정치적ㆍ사회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이긴다 해도 원고측이 상고할 것으로 보여 농림부는 새만금 사업의 정당성에 대한 법적 결론이 나지 않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여기에 방조제 공사에 대해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나 민사소송법상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될 경우 방조제 공사가 항고소송 대상이 되는지 여부, 원고 적격문제 등 법리적 문제까지 개입돼 소송은 더욱 얽히게 된다. 이처럼 어느 쪽이 됐든 지루한 법적 공방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제4의 대안'으로 항소후 항소심 재판부가 조정권고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생각해 볼수는 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조정권고안을 거부한 바 있는 농림부측이 고등법원에서 조정권고안을 제시하더라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여서 새만금 사업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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