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잠자는 기술을 깨워라

중소기업들은 언제나 힘들다.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자금, 기술력, 마케팅, 경영 노하우 등 전반적 능력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그늘 속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유가ㆍ환율 등 대외변수에 의한 경쟁력 상실분을 협력업체의 고혈로 보충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어려우면 중소기업이 더 어려워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편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동전의 앞뒷면과 비슷한 관계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탄탄할수록 대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도 힘을 갖는다. 참여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대중소기업상생협력회의도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많이 만들자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지난 2005년 첫 회의를 시작으로 9월19일 청와대 만남이 마지막 자리였던 이 회의에서 정부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기업 양극화 해소의 단초를 제공했고 동반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상생경영 투자액도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어났다고 보고했다. 막대한 국가자산 사장 위기 하지만 중소기업 체감경기는 여전히 암울하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공장 가동률은 여전히 70%대에서 답보상태에 있고 현금결제 비율도 2005년 3ㆍ4분기 61.6%에서 올해 63.2%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괄목할 만한 성과는 분명 아니다. 특히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고리 중 하나인 기술이전 부문은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 가운데 사용하지 않는 ‘잠자는’ 특허를 중소기업으로 이전해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명분이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2004년 전경련은 대기업 휴면특허의 중소기업 활용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국내 대기업의 전체 등록특허 11만여건 가운데 약 10%가 잠자는 특허였고 이 가운데 중소기업이 활용 가능한 특허를 5만5,000여건으로 추정했다. 기대와 달리 휴면특허를 내놓을 의사가 있는 대기업은 거의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지고 있으면 무용지물이나 공짜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일종의 계륵인 셈이다. 대기업들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기술가치 평가액만큼 세액공제를 해주는 세금감면 혜택을 제시했으나 정부는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IBM이나 GE 등 선진기업들의 특허기술 관리와 비교해보면 우리는 너무 허술하다. 이들은 특허의 경제적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경영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사 제품이나 경영전략에 맞지 않아 잠들어 있는 휴면특허를 적극적으로 타사에 판매하거나 라이선스를 공여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앞으로의 성과가 불투명한 가운데 당장 돈을 들여 특허를 살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 중소기업들에도 과감한 공격경영이 필요하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투자의 개념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구축하기 위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대기업의 휴면특허를 지원 받아 연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한 업체들을 주목해야 한다. 정부ㆍ기업들 공조 필요 정부의 체계적이고 단일화된 지원도 중요하다. 현재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거래소에서 중개를 하고 있지만 성과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더욱이 과기부ㆍ특허청ㆍ중소기업청 등도 비슷한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어 정책의 일관성이 상실된 상황이다. 정부는 기술을 이전하는 대기업들에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무상이전이 지지부진하다면 기술이전 이후 일정한 이익이 발생할 경우 유상으로 전환하는 가이드라인 설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잠자는 기술’을 깨우려면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대기업의 양보, 중소기업의 도전정신 3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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