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性戰은 괴로워”

골프는 역시 상대적인 게임이다. `심판도 없고 오직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동반자에 따라, 또 갤러리들의 반응에 따라 톱 랭커들도 마인드가 흔들리는 것을 보면 골프는 분명 `상대적인 경기`다. 23일 SBS최강전 1라운드에서 박세리와 동반 플레이한 신용진, 양용은 등은 이런 골프의 속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올 시즌 단 1개 대회를 제외하고 매번 톱 5안에 입상하며 상금랭킹 1위를 달려 온 신용진 선수는 내리막 파5인 첫 홀에서 티 샷을 왼쪽으로 당겨 볼이 언덕에 맞고 굴러 내려오는 실수를 한 뒤 전반 내내 숏 퍼트를 놓치며 고전했다. 그린이 빠르고 핀 위치도 어려웠지만 국내 톱 랭커의 평소 플레이 모습이 아니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양용은 프로는 샷이 많이 흔들렸다. 특히 티 샷이 불안해 파5의 8번홀에서는 오른쪽 OB구역 밖으로 볼을 날렸고 11번홀에서는 해저드에 빠뜨렸다. 어프로치도 생각처럼 되지 않아서 323야드 파4의 9번홀에서 티 샷을 그린 10야드 앞까지 보내 놓고도 파에 그치고 말았다. 이처럼 두 선수가 흔들린 것은 먼저 잘 쳐야 한다는 부담을 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스 샷 이후 곧바로 안정을 찾지 못하고 템포가 흔들린 것도 평소와 다른 긴장과 부담 때문이었다. 갤러리들의 반응도 두 선수를 힘들게 했다. `여자에게 지다니…`식의 탄성이나 몸짓에서 힘을 내라고 던지는 `파이팅`소리까지 톱 랭커들로는 전혀 듣지 못했던 반응이 두 선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처럼 보였다. 박세리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제 플레이를 이어나간 것도 두 선수의 리듬이 흔들린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남자 골퍼들이 여성과 같은 티잉 그라운드에서 플레이할 때 티 샷을 짧아도 뒤쪽에서 핀에 더 가깝게 붙일 경우 `기가 질리는`현상과 아주 흡사했다. <레이크사이드CC(경기 용인)=김진영기자 eagle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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