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16일] 문화부 예산 칭찬받을 곳에 써라

국회가 지난주 말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최종 확정된 내년 예산은 총 284조5,000억원. 이 중 문화체육관광부문 예산은 올해보다 2,000억원이 늘어난 3조5,000억원으로 정해졌다. 곳간이 전보다 더욱 풍성해졌다는 말이다. 우려되는 건 과연 국민의 세금이 반드시 필요한 데 쓰일까 하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미 나쁜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베이징올림픽 응원이라는 명목으로 스포츠토토 수익금 가운데 2억원이 일부 연예인의 외유성 출장비로 사용된 적이 있다. 연예인의 응원이 국민들에게 주는 기쁨의 가치를 문화부가 얼마로 매겼는지는 몰라도 국민 대다수는 ‘돈 낭비’로 여기는 것 같다. 기자는 이 2억원으로 두고두고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데를 여럿 알고 있다. 내년 집행은 이런 데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우선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학로의 연극인들. 연극인복지재단이 올해 상반기 연극인 1,55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연극을 통해 얻는 연봉은 고작 434만원이었다. 월급으로 따지면 36만원이다. 국민연금 가입률은 23.9%, 고용보험 가입률은 15.3%,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률은 17.4%에 그쳤다. 이 2억원을 연극인의 복지에 사용한다면 연극인 40명이 국가에서 보장하는 최저임금을 받고 생활할 수 있게 된다. 연극인 200명에게는 산업재해보상보험을 1년 동안 대납해줄 수 있다. 연극인 절반가량이 창작활동 중 상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하니 산재보험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발레는 또 어떤가. 국립발레단의 한 무용수의 경우 월급여로 200만원 남짓을 받는다. 그녀는 월급의 절반을 발레용 신발인 토슈즈 사는데 써야 한다. 한 켤레에 13만원하는 토슈즈를 한 달에만 15켤레를 쓰기 때문이다. 토슈즈는 발과 밀착될 정도로 얇아야 하기 때문에 금세 마모돼 교체해야 한다. 해외 유수의 발레단은 토슈즈를 무상으로 지급하지만 국립발레단은 예산 문제로 한 달에 5켤레 정도만 지원한다. 2억원이면 국립발레단의 60여명의 무용수들이 반년을 걱정 없이 토슈즈를 사용할 수 있다. 내년 문화체육관광부문 예산은 이례적으로 정부안보다 3% 이상 증가했다. 늘어난 금액만큼 예술인들의 웃음이 더 커지기를 바란다면 너무 큰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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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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