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08 문화계 이 사람!] <1> 미술: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

'모마'서도 작품 소장 "제2 백남준"<br>모마: 뉴욕현대미술관<br>현대미술 반영한 실험성·영상미 등 높이 평가<br>독일·영국 등 오가며 활동 '올해 젊은 예술가상'도


2008년이 저물고 있다. 지난 수년 성장의 발걸음을 해왔던 문화계가 올해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불황의 파편을 맞고 크게 휘청거렸다. 그러나 그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고 과감한 변화로 성과를 거둔 문화계의 특별한 사람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올 한해 문화계를 미술ㆍ영화ㆍ출판ㆍ공연 등 장르별로 정리하고 내년을 진단해 본다. 지난해 전성기를 누렸던 미술시장이 조정국면과 시장경색으로 움츠러 들던 지난 6월, 한국 미술계는 뉴욕현대미술관(MoMAㆍ이하 모마)으로부터 날아든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한국의 미디어아티스트 정연두(39ㆍ사진)씨의 90분짜리 영상물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아’를 구입해 소장하겠다는 것. 모마가 한국작가의 미디어작품을 구입한 것은 백남준 이후 처음이었고, 이로써 그는 ‘제 2의 백남준’이라는 영광의 별칭을 얻게 됐다. 이어 영국의 국립 현대미술관인 테이트갤러리도 그의 작품을 소장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 정씨는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이 뽑은 ‘올해의 작가’였다. 역대 최연소, 사진작가 중 최초였다. 독일과 영국, 러시아 등지를 바쁘게 오가며 활동한 그는 11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인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았다. 한 미술계 원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장관 훈장까지 받았으면 부러울 것 없겠다’ 할 정도니, 올해는 그의 해였다. 그를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만났다. ‘수공기억’이라는 제목의 영상작품은 탑골공원에서 촬영한 노인들의 내레이션과 그들의 꿈을 영상화 한 정씨의 판타지적인 연출장면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 세심한 관찰이 늘 작품의 모티브가 됐어요. 전시 중에는 관객들의 질문을 통해 피드백을 얻고,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해 스스로 성찰의 기회를 갖는 동시에 생각과 방향을 공유하며 참여까지 이끌어내려고 합니다.” 이같은 밑거름이 보편성을 갖는 작품을 만들어냈고,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난 비결이 됐다. “외국문화로의 진입을 시도할 때는 적극적인 동화(同化)와 한국적 정체성의 부각으로 크게 나뉘는 경향을 보이지만 나는 영국에서 7년간 유학하면서 ‘영국은 이랬는데 서울은 이렇더라’는 식의 비교를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비평적 태도는 유지하되 서로 다른 문화를 같은 잣대로 비교하지 않겠다는 결심이었습니다. 그리고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내용, 범인류적 코드를 작품에 담았더니 자연스럽게 해외 미술계의 접근이 이뤄졌죠.” 정씨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기민하게 반영하는 동시에 남다르게 대처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진짜 소를 미술관으로 끌고 들어와 촬영을 감행하는 파격적 실험성과 영상미학적 완성도를 동시에 이뤄내는 천부적인 재주를 가졌다. 또한 백남준과 플럭서스(Fluxus) 작가들이 직접 퍼포먼스를 펼친 것과 달리 평범한 사람들을 예술창작의 행위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행동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화가를 넘어 조각가ㆍ사진작가ㆍ미디어아티스트ㆍ감독 등 규정할 수 없는 그의 이름들은 예술가의 미래상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가 이루고픈 다음 꿈은 뭘까. “아이디어를 적어두는 수첩 속에는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지금이라도 누군가 작업을 제안한다면 당장 만들어낼 것들이 수두룩한걸요.“ 그의 신작은 어쩌면 외국의 미술관에서 봐야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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