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개혁의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첫번째 공공기관장 경영실적 평가 결과는 변죽만 울렸다. 당초 예상과 달리 퇴출 공공기관장에 대형 공공기관 기관장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일종의 유예인 ‘경고’ 정도에 그쳤을 뿐이다. 퇴출 대상 기관장이 수익사업과 거리가 멀고 규모가 작다는 지적에 대해 기관장평가단장인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미흡 평가를 받은 기관은 보유과제, 선진화 효율 과제 등에서 전반적으로 부족했다”며 “지표ㆍ체계에 따라 중립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용두사미 된 공공기관 평가=이번 평가의 대상은 임명된 지 6개월이 지난 기관장으로 총 92곳의 기관장이다. 기획재정부는 기관장 평가가 공공기관 선진화를 가속화하고 기관장의 책임경영을 확보하기 위해 해임건의 등 인사조치와 연계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위 힘있는 공공기관장들은 이번 퇴출 대상에서 모두 빠졌다. 당초 퇴출 대상에 대형 공공기관도 들어갈 것이라는 재정부의 호언장담이 무색할 정도로 작은 기관의 기관장만이 퇴출됐다.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공기업과 금융 관련 대형 공기업 또는 준정부기관 기관장이 포함될 것이라며 잔뜩 긴장했던 공기업들 사이에서는 공기업 경영평가가 살생부가 아니라 오히려 활생부가 됐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 ◇4개 기관장 퇴출 이유는=공공기관평가단은 퇴출 기관장이 임기 중 추진해야 할 주요 핵심과제인 ‘고유과제’보다 선진화ㆍ경영효율화 등 ‘공통과제’에서 더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기관 경영보다는 정부 공기업선진화정책에 부흥하지 못한 셈이다. 평가단에 참여한 박순애 서울대 교수는 “퇴출된 4개 기관은 공통적으로 대체적인 고유과제 점수도 낮지만 공통과제 점수가 조금 더 낮았다”며 “기관장이 선진화ㆍ효율화 과제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관별로 보면 강한섭 영화진흥위원장은 이번 평가 대상이 된 67개 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정원감축을 하지 않았다. 여기에 청년인턴 고용사업도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노조 전임자 수가 지나치게 많고 노조 간부를 인사 조치할 때 평균 이상의 대우를 한 점 등도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동흔 청소년수련원 이사장은 고유과제보다 선진화와 경영 효율화 등 공통과제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대졸 신입직원의 임금을 인하했지만 정부 가이드라인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청년인턴 채용계획도 정원의 3.5%로 기준 4%에 미달했다. 박명희 한국소비자원장도 전반적으로 평가가 좋지 않았지만 고유과제보다는 공통과제에서 부적격 정도가 심했으며 정효성 산재의료원 이사장은 고유과제ㆍ공통과제 모두 최하위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 ◇2년 연속 미흡 17개 기관 퇴출 제외=지난 3월 재정부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기업 24개, 준정부기관 76개 등 100개 기관에 대한 2008년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당시 국민연금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ㆍ근로복지공단ㆍ한국수출보험공사 등 17개 기관은 2년 연속 ‘미흡’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미흡 평가를 받은 기관 중 단 한 곳도 퇴출되지 않았다. 반면 한국소비자원의 경우 고객만족조사에서는 기관 평가 ‘B’등급을 얻었지만 기관장은 해임 건의를 받았다. 물론 평가단 입장에서는 기관장 평가와 기관 평가가 구분된다고 하지만 명확한 선을 긋지는 못한다. 이 교수는 “기관장 평가는 기관장의 의지와 성과, 노사관계 등을 반영했고 기관 평가는 기관의 리더십과 전략, 기관경영 시스템의 절대수준 및 전년 대비 개선 수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기관의 성적에 기관장의 성적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용걸 기획재정부 치관은 이에 대해 “준정부기관 중 작은 기관들이 퇴출 대상으로 선정돼 오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평가지표에 따라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