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배럴당 54달러를 넘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이 배럴당 53달러 밑으로 급반락하는 등 국제유가가 모처럼 내린채 마감됐다.
12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1.13달러(2.2%) 내린 52.51달러로 마감됐다.
이날 WTI 11월물은 장중 한때 배럴당 54.45달러까지 치솟아 6일 연속 장중 사상최고기록을 깨뜨렸으나 세계 수요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다 미국 원유 재고 통계에 대한 기대로 반락했다.
영국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에서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한때 배럴당 51.50달러까치 올랐다 전날에 비해 1.06달러(2.1%) 떨어진 49.60달러로 장을마쳤다.
이로써 국제유가는 WTI 선물가를 기준으로 할 때 1년전에 비해 무려 64%나 급등했으며 특히 허리케인 '아이반'으로 인해 미국의 원유생산과 수입 차질이 빚어진 지난달 8일 이후 약 한달 사이에만 23% 상승했다.
더욱이 최근 며칠 사이에는 나이지리아 석유 노동자 파업과 러시아 유코스에 대한 거액의 탈세 추징 판결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북반구 겨울철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시장 분위기를 뒤흔들었다.
그러나 5일 연속 이어져온 상승세가 이날 일단 꺾인 것은 수급불안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그동안의 가격상승이 과대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했다.
투자업체 레프코의 짐 스틸 상품시장 분석팀장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더이상 가격인상을 부채질하는 뉴스가 없다면 유가가 오르지 않는 시점에 다다랐다"면서 "현수준에서 국제유가가 더 올라가기 위해서는 생산량이 더 줄어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마침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내년 세계 석유수요가 올해에 비해 하루 32만배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점도 유가 하락의 한 요인이 됐다.
분석가들은 일단 14일 발표되는 미국의 주간 유류 재고량 통계에 따라 단기 유가의 흐름이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