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천안함 침몰] 잠수요원 잡는 낙후된 해군 구조장비

'한 사람이라도 살려보자' 바닷속 뛰어들지만…<br>감압챔버 1대뿐, 심해 잠수용 특수 혼합가스 부재<br>빠른 물살, 혼탁한 시계, 고압, 낮은 수온과 사투

두 동강난 채 침몰한 천안함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해군 장병들을 한 명이라도 구조하기 위해 악조건 속에서 사투를 벌여 온 잠수요원이 목숨을 잃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천안함의 함수(艦首) 탐색작업을 하던 해군 특수전여단(UDT) 소대장인 한주호(53) 준위는 30일 오후 3시께 수중작업 도중 호흡곤란 증세로 쓰러졌다가 끝내 숨졌다. ◇”한 사람이라도 살려보자” 뛰어들지만…= 낙후된 해군의 구조장비가 문제였다. 해군 잠수요원들은 한 사람이도 살려보자는 각오를 다지며 위험한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빠른 물살과 깊은 수심, 손전등으로 비춰도 30㎝ 앞을 가늠하기 힘든 혼탁한 시계와 함께 낙후된 구조장비는 이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해군 해난구조대(SSU)와 UDT 잠수요원 등이 구조활동을 벌이는 백령도 인근 해저는 말 그대로 사투의 현장이다. 실종자 대부분이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천안함의 함미(艦尾)가 발견된 곳의 수심은 45m로 스킨스쿠버의 한계 수심인 40m를 한참 넘어선다. 바닷속에서는 10m 깊어질 때마다 1기압씩 수압이 증가하므로 5.5기압의 압력을 받게 돼 잠수병 발병 위험이 그만큼 높아진다. ◇안전규정 어긴채 잠수작업= 높아진 압력에 질소가 산소와 함께 혈액에 녹아들면 시각장애ㆍ무의식 등 치명적 증상을 유발하는 질소마취ㆍ산소중독 등이 나타난다. 산소 소모량도 급증, 잠수요원이 일반 압축공기를 사용할 경우 수심 42m에서 버틸 수 있는 한계시간은 8분 정도. 깊은 곳을 잠수하는 '딥 다이버'들은 산소 비율을 높이거나 질소 대신 헬륨을 섞은 특수 혼합가스를 사용하지만 해난구조대 요원 등은 일반 압축공기만 쓰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잠수병을 예방하려면 감압 챔버(수중에서의 수압을 선상에서 낮춰주는 설비)가 필수적이지만 한국 해군이 보유한 챔버는 구조함 광양함(3,000t)에 설치된 1대가 전부여서 동시에 해저에 투입되는 구조요원 수를 2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해난구조대 송무진 중령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잠수요원의 작업여건과 관련, "수심 40m 이상 심해에 잠수하려면 우주복 같은 복장을 하고 헬멧 잠수를 해야 하지만 이를 준비하는데 3~4일이 걸린다. 현재 안전규정을 어기고 스쿠버 잠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칫하면 조난ㆍ큰 부상= 송 중령은 또 "10분 이상 잠수하면 감압 과정을 거치면서 해상으로 올라와야 하므로 (실질적인 1회) 잠수 작업시간은 7~8분에 불과하다”며 “사고 해역의 조류가 3~5노트(시속 5.6~9.8㎞)인데 태풍이 부는 빌딩 위에 혼자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조류에 휩쓸리면 순식간에 조난을 당하거나 날카로운 바위, 천안함의 잔해 등에 부딪혀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야간에는 그럴 위험이 훨씬 높다. 더욱이 이날 사고해역의 수온은 3.9℃에 불과, 잠수요원들이 저체온증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이런 악조건 때문에 이날 오전부터 일부 잠수사들은 호흡곤란 증상을 보였다. 일각에선 군이 잠수요원들의 작업을 무리하게 독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 구조작업은 그야말로 사선을 넘어드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숙련된 요원들만 투입해 굉장히 조심스럽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뉴스속보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