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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융합(컨버전스)과 콘셉트의 시대다." (대니얼 핑크)
"융합은 '1+1'이 2가 아닌 3이 되는 것이다." (톰 피터스)
세계적 석학 대니얼 핑크와 톰 피터스는 21세기를 융합의 시대로 규정하고 컨버전스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도 한물간 제품과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키면 새로운 가치의 제품을 창출하고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산업으로 화려하게 변신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창조경제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기존 산업과 제품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더해질 경우 지금까지와는 전혀 색다른 경제가 탄생한다. 무심코 지나쳤던 쓰레기통이 IT를 만나 꿈과 희망을 담은 보물단지로 바뀌고 지루하기만 했던 교실의 칠판과 책상이 재미나고 신나는 요술칠판과 탁자로 변한다. 또 발만 보호해주던 신발이 치매에 걸린 부모님과 어린 아이들의 등하교길을 지켜주고 농촌에서만 볼 수 있었던 농사가 도심 아파트에서도 가능해진다. 병원도 더 똑똑해지고 전통시장도 더 편리해지는 등 ICT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아무도 관심을 안 갖던 천덕꾸러기 쓰레기통의 변신은 흥미롭다. 쓰레기통은 쓰레기를 담은 그릇이다. 매일 저녁 특히 주말 저녁이면 어김없이 쓰레기를 밖으로 토해내 주변을 지저분하게 만든다. 이런 불편에도 쓰레기통 크기를 마냥 크게 만들 수 없는 만큼 어쩔 수 없다고 넘어가기 일쑤다.
여기에 반기를 들고 '쓰레기통을 크게 만들 수 없다면 쓰레기를 작게 만들자'는 발상의 전환으로 탄생한 게 '클린큐브'다. 물론 이 제품은 ICT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클린큐브는 외견상 네모난 일반 쓰레기통과 별반 다른 점이 없다. 그러나 속은 다르다. 내부에 쓰레기를 눌러주는 압축 모듈이 탑재돼 일정 양이 차면 자동으로 눌러준다. 보통 쓰레기통과 크기는 같지만 담을 수 있는 양은 3~4배나 많다. 필요한 전력은 100% 태양광 전지로 공급한다. 여기다 통신장치인 '클린큐브 네트웍스'를 달았다. 쓰레기가 얼마나 차 있는지, 쓰레기통 상태가 어떤지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빈 쓰레기통을 비우기 위해 쓰레기 차를 출동시키거나 쓰레기통이 차고 넘쳐도 치우지 않는 일은 더 이상이 없게 됐다.
지난해 9월 서울대ㆍ연대ㆍ고대ㆍ동국대 등 서울 소재 주요 대학에 50여대의 클린큐브를 설치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3,000만원어치를 수출했다. 서울시와도 계약을 체결해 조만간 시내 곳곳에서도 볼 수 있을 듯하다. 또 이 제품을 만든 이큐브랩은 영국과 호주, 중국 등 해외에 진출해 영업 중이고 브라질과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에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권순범 이큐브랩 대표는 "5년 내 세계 1위 업체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전세계 길거리에 클린큐브가 깔리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천덕꾸러기 쓰레기통이 IT를 만나 글로벌 기업 도약이라는 꿈과 희망의 보물단지가 된 셈이다.
IT로 교실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책상에 앉아 칠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귀를 쫑긋 세우고 선생님 말씀을 듣던 옛날 학교가 아니다. 칠판과 책상 속으로 ICT가 들어가면서 선생님만 얘기하던 일방통행 교육에서 선생님과 학생, 학생과 학생끼리 얘기를 주고받는 소통 교육이 가능해졌다.
교실환경을 바꾼 주인공은 '스쿨박스'와 '터치테이블'. 스쿨박스는 전자칠판과 스마트패드를 통해 선생님과 학생이 실시간으로 필요한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다. 손으로 자료를 주고받는 것처럼 선생님이 전자칠판에 쓴 내용을 손으로 살짝 밀어주면 학생들의 스마트패드로 전달된다.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이나 답안을 써서 보내면 된다. 터치테이블은 책상에 무한 멀티터치 기능을 탑재해 여러 친구가 동시에 공동작업이 가능하다. 같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수 있다. 스쿨박스를 만든 아이카이스트의 김성진 대표는 "스마트 디바이스(기기)끼리 서로 자유롭게 자료를 주고받자는 아이디어와 미래 교육환경을 만들자는 인식이 접점을 찾은 결과물이 이 제품들"이라며 "국내는 물론 말레이시아ㆍ터키ㆍ사우디아라비아ㆍ몽골ㆍ중국ㆍ일본 등 글로벌 교육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에도 뻔한 제품에 ICT를 입혀 화려하게 탈바꿈한 사례가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위치추적시스템(GPS)을 장착한 신발이다. 정밀한 GPS는 크기가 크고 전력소모가 많아 자동차나 비행기ㆍ선박 등 큰 이동수단에만 장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미국의 GPS 전문개발 기업인 CTX사가 작고 저전력의 GPS를 만들어냈다. 현재 미국ㆍ영국ㆍ호주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신발을 300달러에 사고 매달 35달러를 내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위치확인이 가능하다. 치매에 걸린 부모님이나 몸이 불편한 환자, 미아ㆍ유괴 방지용으로 수요가 많다. 소형의 저전력 GPS는 방탄조끼 등 국방 분야와 시계ㆍ등산화 등 레저ㆍ스포츠 분야 등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응용제품으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1차 산업인 농업 역시 ICT를 만나 첨단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경남 통영의 'u-IT' 시설원예 복합환경 제어 시스템은 자동환풍기ㆍ환기창ㆍ차광막ㆍ냉난방장치ㆍ스프링클러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고, 인터넷망과 실시간 CCTV를 통해 유무선으로 온실 내부를 살펴볼 수 있다. 사과에도 ICT 융합기술이 접목된다. 센서를 통해 온도ㆍ습도ㆍ토양수분 등을 확인하고 병해충도 센서를 통해 수치가 올라가면 미리 방제를 한다.
농업과 ICT를 접목해 농사를 도심 속 집안으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대학생 5명은 발광다이오드(LED) 등 인공광원과 온도ㆍ양분ㆍ수분 등을 정밀 제어하는 시스템을 고안해 도시의 좁은 공간에서도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고효율 식물재배 시스템'을 만들었다. 박아론 만나씨이에이 대표는 "우리나라 농산물 자급률이 5%도 안 되고 농사 종사자의 나이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시형 식물공장이 필요하다"며 "일반 노지보다 생산량이 30배가량 많고 유기농 채소 등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점 등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했다. 한 대기업 전자회사의 부사장은 "어떤 제품이든 ICT를 더하면 사용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경쟁자보다 빨리 시장의 변화를 알아내고 제품에 ICT를 더해 스마트 시대의 고객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