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숭례문의 가르침

숭례문 사태를 접한 우리는 과연 먼 훗날역사의 뒤안길에서 지금 세대를 어떻게 평가할지 두렵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물에 으레 건축물이 등장한다. 프랑스 에펠탑, 중국 만리장성, 이집트 피라미드, 이탈리아 콜로세움,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영국 국회의사당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건축물은 경주 불국사 아니면 석굴암, 국보1호인 숭례문, 아주 혼란스러울 것이다. 6.25 이후 건축 과제는 오로지 부족한 주거와 건축물의 공급이었고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런 40여년간의 공급제일주의는 국민들에게 소유에 대한 초조감을 촉발시켜 오늘의 부동산 사태를 일으킨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오로지 투자와 투기만이 난무할 뿐 건축물과 도시를 사랑하거나 위하고 지키고 보전해야 한다는 생각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당장의 이익에만 급급했지 우리의 이념과 가치까지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보전되는 것임을 우리 모두가 놓치고 살아온 것이다. 지키지 못한 과거 유산은 복원한다 하자.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건축 문화유산은 무엇이고 또 무엇을 지켜가야 하는가. 그동안 크게는 수십 개 작게는 수백 개의 도시가 계획되고 만들어지고 수백만 채의 건축물이 등장했다. 그런데 정작 가고 싶은 도시나 보고 싶은 건축물은 희박한 실정이다. 이런 것들이 용납되고 통용되며 당연시됐던 것은 과거ㆍ현재ㆍ미래건축에 대한 국가지도자들과 정부당국자들의 가치관 부재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의 숭례문 사태는 단순한 화재 사건이 아니다. 국가의 건축에 대한 이념과 가치와 시스템을 어떻게 새롭게 재정립하느냐가 문제다. 단순하게 몇몇 관리 미숙의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할 사안이 아니다. 나는 최근 내 눈에 비친 일본의 도쿄를 보고 너무 놀랐다. 과거의 도쿄를 보면 우리도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도쿄는 우리보다 훨씬 더 진화돼 있고 격차는 더욱 더 벌어져 우리는 어렵겠구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게 됐다. 이런 시점에 숭례문 사태를 보고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졌을 때 미국은 어떻게 대처했는가. 또 파리의 에펠탑이 무너졌다면 프랑스 국민들이 어떻게 대처할까도 상상해보자. 애꿎은 공무원들 잡지 말고, 난리 법석 부리지 말고, 단세포적인 법령이나 만들지 말고, 차분하게 건축과 도시에 대한 국가의 근본과 기틀을 바로 세워주기를 호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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