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짜' 모아 다시 만든 '진짜'

김홍석 초대전 30일까지 카이스 갤러리서


지난 2003년부터 베니스 비엔날레 연속 출품 등 각종 해외전시를 통해 국제적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설치미술가 김홍석의 개인전 ‘Neighbor’s wife’(이웃집 부인)가 청담동 카이스갤러리서 전시 중이다. 타이틀이 매우 도발적이고 관음적이다. 작가는 “국내 수입된 영화 중 ‘네 이웃집의 여자를 탐하지 말라’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러나 원제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번 전시 역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상징적 의미가 많다”고 말했다. 이웃의 부인처럼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거주하며 인사를 나누는 적당한 사이지만, 때때로 둘의 관계가 연인의 사이로 발전해 윤리적 법적인 제약에 의해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웃집 정원의 꽃을 보고 부러워한 나머지 그 꽃을 꺾어 왔다면 그것은 아주 다른 이야기로 전개될 것이다. 작가는 “서적, 잡지, 신문 등이 소유한 형식을 그대로 차용하되 대상이 소유한 정체성의 의미를 사진, 영상, 오브제, 텍스트라는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다른 의미를 발생시키는 작업의 연장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만에 미술관이 아닌 상업공간에서 갖는 이색전시다. 그가 새롭게 선보이는 것은 사진작업. ‘새로운 오리지널 만들기’, ‘가짜를 진짜 만들기’위한 작가의 비법이 공개되는 자리다. 작가는 파이돈 사가 출판한 미술가 뤽 투이만스의 카달로그, 스타이들사의 가브리엘 오로즈코의 사진 카달로그, 제50회 베니스 비엔날레 카달로그에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이미지와 텍스트를 발췌한 후 촬영하여 페이지 속의 원래 이미지보다 약 5배 정도 확대시킴으로써 잔영만 동일할 뿐 완전히 새로운 시각적 요소로서 그 자체에 아이덴티티를 부여한다. ‘카피’가 ‘카피’로서 독립하여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요즘의 시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종이를 확대한 흔적이 보이며 작가는 이를 위해 각 출판사에 작품 사용의 허가를 받았다. 이들 작품을 접하기 전 관람객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갤러리 입구에 붙여진 작품. 사람의 배설물의 형태로 붙여진 글씨(‘Jesus I’m Stress’)다. 작가는 “‘제기랄, 바빠 죽겠네’정도로 해석하면 되겠죠”라며 “작업실에서 가져온 흙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2월30일까지. (02)511-0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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