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단 사건'의 파문 속에 방북한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31일 오후 중국 베이징을 떠나 고려민항 항공기편으로 평양에 도착했다고 당 관계자들이 밝혔다.
문성현 대표는 평양 순안공항에서 도착성명을 내고 “외세에 의해 분단된 강토의 또 다른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중국을 통해 먼 길을 돌아왔지만 평양에 도착하니 기쁨과 설렘으로 마음이 벅차오른다”며 “닷새간 평양에 머물며 민노당과 조선사민당간 우애와 친선교류, 한반도 평화와 6ㆍ15정신 실천에 대해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들의 패권을 위해서라면 한반도에서 언제라도 전쟁을 일으켜보겠다는 미국과 일본의 준동이 계속되고 있고 북측이 진행한 핵실험을 둘러싼 긴장과 대립이 우리 모두를 답답하게 하고 있다”면서 “민노당 대표단은 한반도에 평화를 일구기 위해 평양에 왔다”고 강조했다.
오는 4일까지 닷새간 진행되는 민노당의 이번 방북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후 전세계 모든 단체와 정당 가운데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민노당은 방북 기간에 남북 합작 제빵공장과 의약품공장을 방문하고 김일성종합대학ㆍ협동농장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민노당은 방북에 앞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면담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한편 정치권은 민노당의 방북을 기화로 북핵 문제와 간첩단 사건에 대한 논란을 더욱 가열시키는 분위기다. 특히 국회 통외통위 소속 최성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이종석 통일부 장관에게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해 초당적 차원의 방북단을 구성할 경우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야 영수 방북단’ 공론화 작업을 시작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 간첩단 사건에 대한 정부의 축소ㆍ은폐 의혹을 제기하는 동시에 민노당의 방북을 승인한 이 장관 등을 압박하면서 대정부 공세에 나섰다. 통회통위 소속 박진ㆍ남경필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정원의 반대 의견 등에도 불구하고 통일부가 민주당의 방북을 승인한 근거 등을 따져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