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시장도 거품붕괴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인가`
한 때 `투기장`으로 변질될 정도로 매수세가 집중됐던 지표채권(3년만기 국고채)의 금리가 경기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폭등세로 돌아서 거품붕괴 조짐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은 이미 `패닉`을 우려할 정도로 채권값이 폭락했고 미국에 이어 영국과 타이완 등 유럽ㆍ아시아로 채권가격 하락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계경제의 기본 방향과는 거꾸로 가는 이 같은 현상은 그동안 세계적으로 기관투자가들이 과도하게 국채투자에만 열을 올렸던 탓이다. `펀더멘틀`을 반영하는 이상으로 과도하게 채권값이 올라 그동안 `거품 논란`이 적지 않았고, 결국 올 게 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 채권시장도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봐서 앞으로 국채에 단기투자를 한 금융기관이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경기비관론에도 금리는 올라= 최근 정부와 한국은행은 잇따라 최근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좋지 않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2차 추경예산 편성과 추가 금리 인하, 국채발행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 등 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경제가 잘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황이 반영된다면 금리는 떨어지는 게 상식이다. 실제로 경기비관론과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된 후 최근 4일 연속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떨어져 낙폭이 총 0.09%포인트 가량 됐다.
그러나 이날 오전 지표금리는 특별한 수급요인 없이 0.14%포인트나 폭등, 기관투자가들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시작된 채권시장의 거품 붕괴 현상이 국내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전망과 함께 단기 매매를 목적으로 국채를 보유한 투자가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투신사의 한 채권딜러는 “기본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채권값이 떨어져도 그 폭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일본의 경우처럼 금융기관이 대거 물량 처분에 나설 경우 예상 밖의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거품 붕괴 도미노=미국ㆍ일본 등 주요 국들의 국채 가격이 폭락 양상을 보이면서 타이완 등 여타 국가의 국채가 역시 떨어지는 도미노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4일 타이완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국채 수익률 급등에 영향 받아 전일보다 0.15%포인트 급등한 1.685%를 기록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6일 3.07%를 기록했던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일 3.65%까지 오른 상태며, 일본의 국채 수익률 역시 지난달 11일 0.43%에서 4일에는 1.115%까지 급등했다.
최근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국제 투자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 이 같은 현상은 회사채 등 전반적인 시장금리 급등으로 이어져 기업의 자금조달 악화 및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심각한 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재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의 시장 개입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의 다케나카 헤이조 금융성 장관은 4일 “재정 적자를 감안해 장기금리 상승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구영,성화용기자 s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