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北체면 세워주며 결단 재촉

미국 대북유화 메시지지난 15일 `대북 중유공급 중단`이라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결정 하루 만에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유화적인 대북 성명을 발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부시 대통령의 성명은 `북한 핵을 묵과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북한을 공격하지는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핵 정국의 연착륙은 북한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평화적 해결과 핵 포기 시 이에 상응하는 경제적 대가를 암시한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선택의 기로에 선 북한에게 결단을 재촉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대북 유화 메시지는 다목적 포석용=중유 지원 철회라는 초강수 뒤 유화적 대북 성명은 사뭇 의외다. 이번 성명의 의도가 여러 갈래일 것이란 해석도 시기의 미묘성에서 나온다. 미국은 중유 지원 중단으로 자존심이 상했을 북한의 체면을 살리면서 핵을 포기할 경우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일종의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중유가 예정대로 지원되는 이 달 안에 대미(對美) 액션을 취해야 하는 북한에게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은 여전히 핵 보유 여부가 모호한 북한이 핵 개발 프로그램 폐기의 선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불가침 조약 체결` 요구에 대한 일종의 답변 형식으로 이번 성명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대북 정책을 단순히 강경 일변도로만 밀어 부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을 희석시킬 심산이라는 것이다. ◇북한 어떻게 나올까=이번 성명은 북한의 체제 안전에 대한 불안을 어느 정도 덜어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김정일 체제에 대한 근원적인 불신을 버리지 않는 한 북한 지도부가 미측의 대북 성명에 상징적 의미 이상을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만 북측으로서도 대외 정세를 감안할 때 이번 성명에 화답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수백만 유로에 달하는 대북한 원조를 중단할 움직임에다 미군 당국이 남북한 철도ㆍ도로 사업에 개입하려 하는 등 대미 관계의 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17일 이와 관련 “이번 대북 성명은 일단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이라며 “한ㆍ미ㆍ일 3국의 대북 공조가 확인된 이상 한ㆍ일 양국이 북한에 대해 확인해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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