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한 골목상권. 현장탐방차 방문한 민주당 지도부에 상인들은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를 힘주어 강조했다. 상인인 K씨는 "SSM이 동네마다 진출해 골목상가가 붕괴되고 있다"며 "어제 인천시가 SSM 가맹점 첫 일시정지를 내렸는데 서울시에서는 할 수 없다고 한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다시 말해 인천시에서는 행정처분을 통해 SSM 진출을 일부 억제하겠다고 하는데 서울에서는 왜 규제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9월 정기국회에서 어떤 경우에도 SSM 관련법 2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며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이 SSM법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정책위의장도 "친서민정책을 표방한다면서 골목경제가 초토화되도록 내버려두면 공정한 사회도, 정의로운 사회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SM법은 재래시장 경계에서 500m 이내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해 SSM 개설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일 수 있고(유통산업발전법), SSM 가맹점이 시장을 싹쓸이할 경우 사업조정제도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대ㆍ중기상생협력촉진법)이 담겨 있는 대표적 민생 법안이다.
문제는 대ㆍ중기생상생법이 현재 추진 중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외교통상부의 반대가 거세다는 점이다. 박 대표는 "정부도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해한다는데 외교통상부 통상본부장이 한ㆍEU FTA를 들어 반대해 와서 어디에 기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SSM법에는 삼성과 합작으로 홈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는 테스코(영국) 등 유럽에서 반발이 거센 것으로 전해졌다.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SSM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만 통과시키고 대ㆍ중기상생법은 보류하자는 입장이다.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대ㆍ중기상생법은 EU와의 FTA 등 국익을 고려해 이번에는 미룰 수밖에 없다"면서도 "EU 가입국들을 설득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그럴 뿐 결국 타이밍의 문제 아니겠느냐"고 밝혀 분리처리 의지를 밝혔다. 한ㆍEU FTA는 현재 가서명이 이뤄져 EU 가입국별 언어로 번역작업 중이다.
반면 야당은 SSM법 분리처리에 부정적이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여당이 9월에 유통산업발전만 통과시키고 쌍둥이법인 대ㆍ중기상생법을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며 분리처리 주장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