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운용 중인 퇴직연금펀드 가운데 설정액 2,000억원 이상 대형 펀드보다 중소 규모의 펀드 성과가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식형보다는 상대적으로 저위험 상품인 채권혼합형 퇴직연금펀드의 수익성이 뛰어났다.
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하는 퇴직연금펀드(퇴직연금클래스 및 설정액 10억원 미만 펀드 제외) 가운데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10개 펀드 중 8개는 설정액 기준 1,000억원 미만의 중소형 펀드였다. 설정액이 1,000억원 이상이면서 수익률 상위에 오른 펀드는 '삼성퇴직연금코리아중소형40자1[채혼]_C(1,252억원)'와 '메리츠코리아퇴직연금자[채혼]종류C(1,105억원)'뿐이었다.
연초 이후 수익률 21.71%로 운용성과가 가장 좋았던 삼성자산운용의 '삼성퇴직연금코리아중소형자1[주식]_C'는 설정액이 53억원의 소규모 펀드였으며 메리츠자산운용의 '메리츠코리아퇴직연금자[주식]종류C'는 294억원, NH-CA자산운용의 'NH-CA퇴직연금중소형주자1[채혼]'은 353억원 규모의 중형 펀드였다.
또 최근 1~2개월 동안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주식형보다 안정성이 강화된 채권혼합형 퇴직연금펀드의 성과가 전반적으로 우수했다. 수익률 상위 10개 상품 가운데 채권혼합형 펀드는 7개였으며 주식형 펀드는 3개에 불과했다. 채권혼합형 가운데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상품은 'NH-CA퇴직연금중소형주자1[채혼]'이다. 지난 2006년 설정된 이 펀드는 올해 들어 13.14%의 수익률을 기록해 일반 채권혼합형 펀드의 올해 평균수익률(1.98%)을 훌쩍 뛰어넘었다. NH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채권혼합형 펀드보다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좋지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채권혼합형이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에셋퇴직연금성장유망중소형주40자1(채혼)종류C'가 올 들어 12.38%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삼성퇴직연금코리아중소형40자1[채혼]_C'는 10.13%, '미래에셋퇴직연금가치주포커스40자1(채혼)종류C'는 9.99%의 성과를 거뒀다.
한편 올해 퇴직연금펀드에 유입된 1조9,109억원 가운데 자금유입 상위 10개 펀드가 1조4,560억원을 끌어모아 퇴직연금펀드 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은 펀드는 'KB퇴직연금배당40자(채혼)C'로 올해 들어 6,683억원이 유입됐으며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업종일등40자[채혼]C'는 1,563억원, '미래에셋퇴직플랜글로벌다이나믹자 1(채권)종류C'는 1,304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대체로 대형 운용사 상품에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강하다"며 "수익률 등 상품의 운용성과 못지않게 판매망과 마케팅 등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연말정산 시기가 다가오면서 세액공제 혜택이 제공되는 퇴직연금펀드에 대한 투자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무조건 안정적인 상품을 고르기보다는 자신의 성향과 펀드의 운용전략 등을 고려해 적합한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WM 관계자는 "주식형 펀드는 꼼꼼히 고르는 사람도 퇴직연금펀드는 무조건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규모가 크거나 대형 운용사 상품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며 "중소 운용사나 규모가 작은 펀드 중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상품이 많은 만큼 옥석을 가려서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