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놓칠 수 없는 고지

제2보(15~32)


흑23은 너무도 통쾌한 고지 선점이다. 역으로 백이 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흑으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자리였다. 이 자리를 기필코 점령하기 위해 안조영은 고심했다. 흑17로 젖힌 수는 이 수와 연관된 조처였다. 원래 안조영은 참고도1의 흑1로 그냥 올라설 예정이었다. 백은 2, 4로 둘 것인데 그때 5로 꼬부리면 백은 젖히지 않고 가만히 6으로 뛸 공산이 크다. 그때 흑7로 대망의 고지를 점령하면 실전의 진행과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실전의 흑21 자리에 흑돌이 있는 편이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좀더 효율적이라고 안조영은 믿었다. 그곳에 흑돌을 놓기 위해 흑17의 젖힘을 서둘렀던 것이다. 백으로서는 26의 저공 슬라이딩이 놓칠 수 없는 수순이다. 저자세이긴 하지만 이 수로 인하여 위아래의 백이 근근히 연결되었다. 검토실에서는 백이 26을 두기 전에 참고도2의 백1로 하나 눌러놓고 싶다는 주장을 몇몇이 내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꼭 이득인지는 의문이더라구.” 이세돌의 말이었다. 참고도2의 백1로 누르는 자세도 좋지만 흑이 4로 젖히는 자세도 훌륭하므로 백1의 선수활용이 이득인지가 불확실하다는 얘기였다. 흑31의 젖힘은 기세. 백32의 절단 역시 기세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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