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여성노동 확대'의 딜레마

지영이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혜윤이 등 친구들에게 카드를 보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크리스마스 잘 보내. 새해에도 사이 좋게 지내자. 그런데 너는 참 좋겠다. 엄마하고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테니까. 우리 엄마는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일하러 나가거든.." 지영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강남에 살고 있지만 남들이 막연히 생각하듯 그리 풍족한 집은 아니다. 다른 친구들이 방과후 학원순례로 바쁘지만 지영이는 그렇지 않다. 학원이라고는 일주일에 2~3차례의 영어강습과 피아노 교습뿐이다. 지영이는 일요일 저녁이 제일 싫다. 다시 일주일이 흘러야 엄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요일을 제외한 '빨간 날'은 더더욱 싫다. 친구들이 아빠나 엄마와 함께 놀이공원에 가더라도 지영이에게는 투정할 대상조차 없다. 엄마는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에나 집에 들어온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앞으로 잠재성장률을 5%대에서 7%대로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불안을 야기하지 않고 노동ㆍ자본 등 생산요소를 완전히 가동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생산요소 투입량을 늘리거나 기술수준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그리 쉽지는 않다. 기술수준은 단기간에 높이기 어렵다. 생산요소도 마찬가지다. 자본도 짧은 시간 안에 늘릴 수는 없다. 그래서 노무현 당선자 진영이 잠재성장률 확대방안으로 제시한 것이 '여성의 경제활동참여 확대'다. 물론 여성의 노동이 확대되면 성장률을 보다 높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에 비례해 지영이 같은 어린이들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제는 선택의 문제다. 성장률을 높이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 해도 정작 그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영이 같은 어린이들이 늘어만 간다면 1인당 평균소득을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늘린다 해도 그것은 '모두가 잘 사는 사회'라고 할 수 없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은 "매일 저녁 각 가정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흘러나오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우리도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공약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문재<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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