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본부장들은 올해 저승사자처럼 많은 고역을 치렀다. 총수를 대신해 적자기업, 비핵심 사업 및 직원들을 정리하면서 동료들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했다. 반면 타 그룹 본부장들과 지략 경쟁을 벌이며 빅딜을 완성한 주역이라는 찬사는 그나마 위안이었을 것이다.올해 빅딜이 재벌간 「윈-윈(WIN-WIN) 전략」의 성공사례로 재계의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 만큼 각 그룹 구조조정본부장도 「대과(大過)가 없었다」는 호평과 함께 유임설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박세용(朴世勇) 현대 위원장. 위기의 현대호를 이끌고 나가면서 「이보다 더 잘 할 수는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의 의도를 가장 잘 읽고 있는 측근 인사에다가 최근 해외 로드쇼를 통해 현대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일소시키는 등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그룹 관계자는 『현대가 벌려놓은 것도 많은데다 앞으로 추가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朴위원장의 역할이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사상 최대의 흑자 시현이 예상되는 삼성도 오는 22일 전후에 사장단 인사를 계획하고 있어 이학수(李鶴洙) 본부장의 거취가 관심거리다.
그룹 내부에서는 한때 李본부장에 대해 빅딜 실패와 이에 따른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사재출연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했지만 최근에 유임으로 대세가 굳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IMF 위기 이후 삼성을 더욱 탄탄하도록 만들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다. 하지만 최근 2주간 과로로 병원에 입원하는 등 그의 건강문제가 변수가 되고 있다.
LG는 오는 10일 사장단 인사가 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 유동적이다. 하지만 구조조정 사령탑인 강유식(姜庾植) 본부장은 당분간 현 위치에서 요지부동일 전망이다. 그룹 내에서 반도체를 넘겨주는 대신 데이콤을 확보한 姜본부장의 빅딜전략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구본무(具本茂 ) 그룹 회장의 신임 역시 여전하기 때문이다. 姜본부장 자신도 사석에서 『아직 해야할 일이 많이 남았다』면서 걷어부친 소매를 풀지않아 유임이 확실시 된다.
자타가 공인하는 SK 내 최고 브레인인 유승렬(劉承烈) 본부장은 지난 1년간 그룹 구조조정을 「대과 없이, 그리고 소리나지 않게」 잘 수행했다는 평가가 그룹 내 지배적이다. 손길승(孫吉丞) 회장은 물론 최태원(崔泰源) ㈜SK 회장 등 최고경영층으로부터 신뢰가 두터워 孫회장에서 崔회장으로 바통 터치가 이뤄질 때까지 현재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문주용기자JYM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