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삼성전자의 깊은 뜻(?)

안길수 기자 <생활산업부>

“삼성전자가 중소업체의 사업 영역을 침범했다는 여론을 조금이라도 의식했을까요. 지금 시장이 작아 돈벌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봐요. 중소기업들이 시장을 키워 놓으면 언젠가 다시 진출할 가능성도 적지 않을 거예요.” 삼성전자가 비데 등 소형가전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히자 소형가전 업체 관계자들이 이같이 한목소리로 밝혔다. ‘그리 반가운 일’만은 아니라는 의외의 반응을 보인 셈이다. 일부 네티즌은 이번 삼성전자의 사업 철수를 놓고 ‘기술력을 앞세운 중소업체가 대기업을 상대로 싸워 이긴 것’이라고 칭송하고 있기 때문에 이 관계자들의 반응은 언뜻 보기에는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삼성전자가 매각한 ‘노비타’는 비데와 밥솥시장에서 10~1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웅진코웨이ㆍ쿠쿠홈시스 등 중소기업에 밀려 지난해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적자만 기록했기 때문에 ‘판정승을 거둔 셈’이라는 견해는 타당하게 들린다. 그러나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밥솥은 몰라도 향후 성장성이 높은 비데시장에서 대기업이 완전히 손을 떼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비데 업계의 한 관계자가 19일 “현재 비데시장은 제품 보급률과 수익성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대규모로 뛰어들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러나 비데시장이 성장기에 접어들게 되면 주문자생산방식(OEM) 등으로 다시 비데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어 이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맞춰 삼성전자가 적자만 내는 소형가전시장에서 철수, 대의명분을 살린 것”이라며 “향후 중소업체들이 시장을 키워 놓으면 그때 다시 진출해도 늦지 않는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각을 세웠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이번 매각과 관련, 불필요한 언급을 자제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사업 철수의 정확한 ‘배경’을 속단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삼성전자의 ‘깊은 뜻(?)’을 오해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소형가전 업체의 다른 관계자가 “큰 고기는 큰 물에서 놀아야지 작은 고기도 숨 좀 쉬고 살지 않겠냐”며 “상생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약자를 배려하는 데서 시작된다”며 재차 삼성의 깊은 뜻이 오해가 아닌 진실이기를 바라고 있다. 이 대목만은 대기업 관계자들이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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