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가 본 정견용총재] 말보다 행동하는 부드러운 사람

나는 정건용 총재와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 고 3때는 같은 반이었다. 그와 가까운 책상에 앉아 수업을 받았다.그는 늘 학교에 일찍 와서는 하루 종일 말없이 공부했다. 쉬는 시간도 없었고 왁자지껄 시끄럽던 점심시간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공부를 잘해 담임선생님으로부터는 사랑을, 친구들로부터는 존경을 받았다. 정 총재를 항상 따라다니는 트레이드 마크인 '말보다는 행동하는 사람', '주위에 흔들리지 않는 원칙주의자'의 이미지는 아마도 고등학교 때 만들어졌으리라.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나는 상대(종암동)에, 그리고 정총재는 법대(동숭동)에 진학하여 학교 때처럼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가 유능한 재무관료로 한국경제 성장과정 그리고 금융발전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항상 지켜보았다. 오직 한길만 걸은 그는 지난 30년간 한국금융의 산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정건용 총재는 예사 관료가 아니었다. 한국개발연구원에 파견되어서는 "우리나라 금융정책 운영현황과 개선방안"을 썼다. 거기에는 개발시대의 한국금융의 산 역사가 그대로 적혀 있다. 나는 그 책을 화폐금융론 강의의 부교재로 학생들에게 적극 추천해왔다. 이 책은 정 총재가 포은(정몽주)과 송강(정철) 가문에서 태어나 학구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또한 지난 봄 정 총재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서울대 경제학부의 고급전략과정(ASP)에서 한국의 금융감독에 관한 특강을 했다. 이를 지켜본 수강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한때 일부 금융계 사람들이 '정건용은 목이 뻣뻣하다'는 말을 할 때 나는 마음이 무거웠다. 강한 리더십을 가졌고 또 원칙을 강조하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언제부턴가는 원칙은 계속 지키되 부드러운 사람이 되었다는 게 중론이다. 정건용 총재의 해박한 금융이론, 폭 넓은 금융행정 경험, 그리고 부드러운 원칙주의가 산업은행, 나아가서는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산적한 문제를 푸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 정운찬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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