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브래들리 벅월터 ADT캡스 대표

"한국어 배우려고 김치 많이 먹어" 도난 안전지대 구축에 힘 보탤 것



대학생 시절 해외봉사로 한국과 인연… 옛 동료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잔 즐겨
2010년 취임 후 영어회의 일절 금지… 고객 만나는 출동요원들에 집중 투자
수동 출동관리시스템도 새로 만들어


보안전문업체인 ADT캡스의 브래들리 벅월터(47ㆍ사진) 대표는 사내에서 '빵사장님'으로 통한다. 브래드라는 그의 애칭이 빵(bread)과 발음이 비슷해서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과 격의 없는 태도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세계적 보안업체 타이코인터내서널의 한국법인인 ADT캡스는 그가 취임하기 전에는 회의를 모두 영어로 진행했다. 한국인 사장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난 2010년 그가 부임한 뒤부터 사내 의사소통은 대부분 한국어로 이뤄진다. "여기는 한국이니 회의는 한국말로 진행하는 게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바람직하다. (본사에 공유해야 하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만 영어로 준비하면 된다"는 그의 생각 때문이다. 그가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외국인으로 통하는 것도 이런 유연한 사고 덕분이다.

벅월터 대표가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계기는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라고 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스페인ㆍ브라질ㆍ한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어울리며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다. 그리고 대학교 1학년 때 해외봉사활동을 신청했다.

막연히 '아시아'를 택했던 그가 무작위로 뽑혀 가게 된 곳은 경남 통영(당시 충무)시. 그는 "당시 내가 알고 있던 한국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TV시리즈 '매시'에서 접한 모습이 전부였다"며 "한국에 다녀왔던 적이 있는 사촌에게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을 배우고 '어니언 온 유어 스니커즈(onion on your sneakersㆍ운동화 위 양파)'라고 바꿔 외웠던 게 유일하게 아는 한국말"이었다고 전했다.

성탄절을 이틀 앞두고 도착한 한국의 겨울은 매서웠다. 조그만 어촌 마을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숙소에서는 더운물도 잘 나오지 않았다.

살기 위해 그는 한국어를 배웠다. 항상 수첩을 들고 다니며 모르는 단어를 적었다. 김치를 많이 먹어야 말을 빨리 배운다는 주변 사람들의 농담을 듣고 정말로 김치도 많이 먹었다. 3개월이 지나자 그는 기본적인 회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말이 늘었다.

벅월터 대표는 "김치를 많이 먹으면 한국 사람을 만나 자연스럽게 말을 많이 하게 된다는 의미가 아니었겠느냐"며 "지금도 누가 한국말을 어떻게 배우냐고 하면 김치를 많이 먹으라고 말해주고는 한다"고 전했다.

예정된 18개월의 봉사활동기간이 끝나고 그는 모국인 미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돌아간 뒤에도 한국 생활은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네 마리의 용(Asian four tigers)로 떠오르던 1987년, 그는 공부를 하러 아시아를 다시 찾았다. 그리고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3개월간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서울에서의 생활은 통영과는 또 달랐다. 특히 당시는 88올림픽 직전이라 한국의 발전상을 체험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그는 "올림픽 준비를 하느라고 정신 없는 분위기 속에서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며 "영어 잘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아르바이트로 당시 시장의 연설문을 써주기도 했고 프리올림픽쇼(pre-olympic show)에서 브룩 실즈, 글로리아 에스테판 등 미국의 인기스타를 볼 기회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도 1980년대 처음 만난 한국을 그리워한다. "요즘 서울은 예전 같은 정이 없다"며 푸념하는 그가 꼽는 최고의 한국음식점도 고급 한정식 집이 아닌 이태원 '나리의 집'이다. 인터뷰 전날에도 전 직장(오티스엘리베이터) 동료들과 그곳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걸쳤다고 한다. "1984년도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한국 문화박물관인데 가격도 84년 그대로"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좀처럼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벅월터 대표가 한국에 완전히 정착한 것은 1994년이다. 당시 근무하던 오티스엘리베이터에서 '한국통'으로 소문이 나면서 한국으로 발령이 났다. 가정도 한국 사람과 꾸리게 됐다. "처음부터 한국에 정착할 마음은 없었다"며 "항상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는데 여기 있으면 자꾸 좋은 일이 있으니까 인연이 있다고 생각했다"는 게 그가 이곳에 뿌리를 내린 이유다.

그는 2006년 오티스엘리베이터 한국법인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 과정도 흥미롭다. 한국의 노사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본사와 본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노조 사이의 다리 역할을 담당하며 분규를 해결해낸 경험을 인정받았다.

벅월터 대표는 "글로벌 회사가 가장 한국적 기업인 재벌 계열사(LG산전)를 인수하게 됐는데 회사에 공장도 많고 인원이 많아서 생산파트를 축소해야 했다"며 "노조를 설득하며 인력을 보수업무로 돌리고 일자리를 잃는 사람을 최소화하면서 회사 구조를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다.

노조의 마음을 얻은 방법은 아주 "상식적인 것들"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자주 만나고, 밥 먹고, 솔직히 말하고, 약속을 지켰다는 것이다. 보수사업 강화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건설경기 하강으로 생산보다 보수위주의 사업구조로 돌아선 일본ㆍ유럽 등 선진국으로 노조 관계자를 직접 데려가기도 했다.

2010년 벅월터 대표는 20년 넘게 몸담았던 오티스엘리베이터를 떠나 ADT캡스로 자리를 옮겼다. 엘리베이터와 달리 보안은 다소 생소한 분야가 아니냐고 묻자 그는 손을 내저었다. 외부에서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와서 보니 70%는 같다는 것이다. 네트워크가 촘촘하고 문제가 생기면 빨리 출동해야 한다는 일의 특성뿐 아니라 고객도 절반은 그대로다. 출동인력이 많아 직원들의 분위기마저 비슷하다. 그는 "가지고 있던 경험을 여기서 적용한다면 금방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벅월터 대표가 온 뒤 ADT캡스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고객과 접점에 있는 출동요원들에게 많이 투자하고 있다. 수동으로 관리하던 출동관리시스템을 새로 만들었고 출동요원들이 들고 다니는 IT기기도 바꿔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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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업체지만 한국화된 사업모델을 끌고 가겠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굉장히 안전하면서 보안에 대한 요구가 까다롭다"며 "출동요원이 없는 미국처럼 경찰에 가도록 안내하면 한국에서는 늦다"고 강조했다.

벅월터 대표가 앞으로 만들어갈 ADT캡스는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다. 그는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ADT캡스를) 평생직장으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평생직장은 한국적 개념이지만 그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회사가 큰다는 게 그의 설명했다.

또한 한국을 안전한 사회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는 꿈도 밝혔다. 그는 "안전한 사회가 밑거름이 돼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며 "ADT캡스가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게 흐뭇하다"고 전했다.




● 벅월터 대표는


▦1964년 미국 캘리포니아 ▦1987년 미국 브링엄영대 국제관계학 학사 ▦1990년 미국 브링엄영대 경영학 석사 ▦1990년 오티스엘리베이터 싱가포르법인 ▦1994년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 최고재무책임자(CFO) ▦2006년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 대표이사 ▦2010년 ADT캡스 대표이사





"투자 3배 늘리고 M&A 추진"… 공격경영 닻 올려


ADT캡스, 업계 1위 도약 승부수

"지역기반 소규모 보안업체 중 적당한 대상이 있으면 인수합병(M&A)을 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브래들리 벅월터 ADT캡스 대표가 취임 3년차를 맞아 '공격경영'의 닻을 올린다. 지난해보다 투자를 2~3배 늘리고 필요하면 M&A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보안업계는 현재 에스원ㆍADT캡스ㆍKT텔레캅 등 '3강'이 전체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 30%는 저렴한 가격과 오랜 네트워크를 무기로 각 지역의 소규모 업체들이 나눠 갖고 있다. 대형 보안업체의 입장에서는 이런 소규모 업체들과 M&A가 성사될 경우 지역 영업망 및 고객기반 확보가 훨씬 유리해진다.

M&A에 적극 나서겠다는 벅월터 사장의 전략은 지난해 매출액 4,122억원(9월 결산 기준)을 기록하며 업계 1위 에스원(지난해 매출액 9,500억원대)의 뒤를 쫓고 있는 ADT캡스가 띄운 승부수인 셈이다.

또한 생활편의성을 갖춘 보안상품을 전략상품으로 선보여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ADT캡스가 올해 내놓을 상품은 'ADT사이트큐브'와 'ADT펄스'.

ADT사이트큐브는 빌딩관리 시스템, 출입통제 서비스, 에너지효율 시스템을 통합한 중·대형 통합빌딩관리 시스템이다. 조명ㆍ난방 등 에너지 관련 기기를 예약기능을 통해 편리하게 제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원이 모두 퇴실한 구역은 자동으로 에너지를 차단해준다. 침입발생시 알람과 함께 영상이 보이는 지능형 영상 서비스, 이용자의 이동경로를 지정하는 출입경로 지정 기능, 두 개의 카드를 동시에 소유한 방문자만 출입이 가능한 이중카드 보안기능 등 강화된 출입통제 시스템도 제공한다.

ADT펄스는 가정 및 사업장에서는 전용단말기로, 외부에서는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보안관리 및 내부제어를 할 수 있는 상품이다. 무인경비ㆍCCTV 등 보안 시스템을 무장ㆍ해제할 수 있고 전기ㆍ물ㆍ가스도 외부에서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그는 "예전 보안업체는 그냥 자산을 지키는 데 집중했지만 기술발전으로 이제 생활편의성도 합쳐졌다"며 "보안뿐 아니라 경영관리, 개인 인생관리까지도 ADT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격적 투자와 신규 상품 출시를 바탕으로 ADT캡스는 올해 7년 연속 두자릿수의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외부환경이 상당히 어렵고 건설경기도 좋지 않지만 지난해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뤘다"며 "'5년 후 매출 1조원'이라는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 투자 및 조직 보강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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