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뒤쫓기에 바빴던 국책은행이 반대로 시중은행을 선도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투자은행(IB) 업무에서 짭짤한 재미를 보는가 하면 선제적인 금리인하, 신규제도 도입으로 시중은행을 앞서나가고 있는 것이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2009 회계연도(2009. 1~2009. 12) 결산결과 IB 사업본부에서 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시중은행들이 투자를 꺼릴 때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 임대형민자사업(BTL)이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유가증권 가격상승 등으로 많은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지난해 금호그룹 신문로 사옥을 리츠(Reits)에 매각할 때 투자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IB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또 최근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0.5%포인트 인하, 금리인하 바람을 몰고 오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은행별 주택담보대출 규모와 금리인하폭을 감안했을 때 올해 국민들이 약 2,800억원 정도 이자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기업은행은 올해 초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정책을 6개월 연장하고 예금과 대출에 대한 품질보증제 도입을 추진하는 등 시중은행보다 발 빠른 대응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민영화를 앞둔 산업은행도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개인예금유치를 전담하는 파이낸셜플래너(FP)제도를 도입하고 개인금융강화에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들이 최근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금리인하를 선도하는 등 정책을 이끄는 측면이 있다"며 "최근에는 개인금융 부문을 크게 강화하고 있어 시중은행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