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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대선공약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내용면에서 강도가 세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제민주화 방향이 기업의 '지배구조개선'보다는 '불공정거래 차단'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는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행복추진위 관계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측이 계열분리제를 언급할 정도로 강력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불공정거래에만 치중할 수는 없었다"고 입장변화의 심경을 토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제한한 것.
박근혜 대선 후보는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자는 입장이었지만 공약을 총괄하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는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제한해 기업지배구조를 간접적으로 손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간 복잡하게 얽혀 있는 대기업 집단의 연결고리가 약해질 것으로 보이며 기업 인수합병(M&A) 등 지분경쟁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문 후보, 안 후보의 공약보다는 강도가 약한 것이지만 대기업 순환출자 구조를 건드린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3년간의 유예기간을 주는 조건을 달았지만 기존 순환출자를 모두 해소하도록 했으며 안 후보는 주식처분을 권고하는 등 계열분리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새누리당의 경제공약으로 최종 포함된 것은 아니지만 재벌의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 내에서 순환출자로 연결된 계열사들에 대해서만 출총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대기업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종전의 출총제와는 달리 '순환출자 해소'만을 목적으로 출총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안이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포퓰리즘으로 내몰리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분배와 복지를 얘기하면서도 성장 담론은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소액주주 권익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집중투표제와 이중대표소송제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A, B, C 세 명의 임원을 뽑을 경우 기존에는 소액주주가 1표를 행사했지만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임원수만큼 3표를 보유하게 되고 특정후보에게 3표를 몰아줄 수 있다. 투표결과 최다수를 얻은 자부터 순차적으로 이사에 선임되기 때문에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커지게 된다.
이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부정행위가 드러난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대기업 집단이나 재벌 총수가 비상장된 회사를 이용해 편법과 불법을 자행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 행추위 측의 설명이다.
행추위 관계자는 "집단투표제와 이중대표소송제는 새누리당 내 전ㆍ현직 의원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도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내용"이라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새누리당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약에는 경제민주화 강경파에 속하는 경실모의 주장과 입장이 대거 반영됐다. 재벌 총수의 배임ㆍ횡령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제한하고 일감몰아주기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3배)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침해행위가 계속될 경우 피해자가 해당 침해행위 금지를 법원에 직접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사인(私人)침해행위금지청구권'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 등 연기금도 단순투자 차원에서 벗어나 기업 경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주주권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불공정 유통행위에 대해서도 메스를 들이댄다. 백화점ㆍ대형마트가 입주업체와 체결하는 백지계약 관행을 없애기로 했으며 인테리어 등 부당한 비용청구를 금지했다.
새누리당 내 경제민주화추진단은 기업지배구조와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세부내용을 확정한 만큼 조만간 금산분리 방안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단 관계자는 "금산분리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심도 있게 검토하기로 했다"면서 "이번주에는 큰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공약의 강도가 센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는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민주당과 안 후보보다는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 강도가 다소 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면서 "올해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집권하더라도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불가피하게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