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닥시장이 연일 출렁이는 가운데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융자 규모가 크게 늘고 있어서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변동성이 증폭되면서 코스닥시장이 갑자기 내리막길을 걸을 경우 그 동안 급증한 신용융자가 코스닥시장 급락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던 코스닥지수가 지난 12일 이후 흔들리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하반기 들어 한때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지난 18일에는 2.66% 급락하기도 했다. 19일에는 하루 변동폭이 3%에 달하기도 하는 등 예측불허의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이처럼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신용을 담보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융자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8일 현재 코스닥시장 내 신용융자 잔액은 1조9,182억7,500만원으로 최근 4개월새 6,000억원이 늘었다. 이는 2007년 7월 11일(1조9,225억5,400만원)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다. 코스닥 신용융자는 지난 4월 금융당국의 규제 이후 잠시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다가 6월 말을 기점으로 다시 크게 늘면서 2조원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등과 공동으로 지난 3월 신용거래융자 보증금 비율을 올리고 투자주의종목은 5거래일간 신용융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신용거래관리 모범규준을 개정, 4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증권사별로 신용융자 총량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최근 다시 신용거래융자가 늘면서 "이미 약발이 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신용융자가 계속 늘어날 경우 시장 불안감을 키우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코스닥지수가 갑자기 하락 추세를 보일 경우 그 동안 늘어난 신용융자 때문에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용융자는 주로 개인 투자자들이 신용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신용융자가 늘고 있다는 것은 증시 상승에 배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증시가 하락세를 보일 경우 반대매매에 따른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2007년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할 당시 신용융자 규모가 크게 늘었다가 2008년 지수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었다"며 "당시의 기억을 타산지적으로 삼아 빚을 내 투자하는 것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학계 관계자는"올해 초 금융당국이 늘어나는 신용융자를 억제하기 위해 보증금을 올리고 증권사별로 총량 규제를 했으나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며 "정치 테마주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급등한 주식은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기 때문에 섣불리 신용융자에 나서면 안된다"고 지적했다.